지나간날들/2010

잠깐사이..

그냥. . 2010. 1. 16. 10:55

토요일 포근한 햇살이 커튼 사이로

눈부시게 쏟아지고.......

응지에 쌓여 있던 잔설마져 오늘은

깨끗히 녹아 내리지 않을까 싶은 기대를 하게 한다.

간만에 방안 가득 찾아든 햇살이 좋구나 좋다..

환영하며 받아 들였는데 여실히 들어나는

게으름의 흔적들..

여기 저기 뽀얀 먼지가 숨겨진 그리움 처럼 들어나는

순간이기도 했다.

화장대 거울 앞에서 대면한 먼지들이 낯설지 않은것은

늘 거기 있었다는걸 난 이미 알고 있었던 것 때문이리라..

손내밀어 티슈 뽑아 거울 위의 먼지를 스으윽 닦아내고

밀어내다가 문득..들여다 보이는 새치..

하나 둘 셋...

내 눈으로 보이는것만도 대여섯 가닥은 되는듯..

염색 할까?..아니야 아직은 좀 일러..

그래도 보기 싫치 않을까?  망설임이 들기도 하지만

엄마가 염색약 때문에 고생하는걸 봐서 그런지

좀....더....있다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들아~'

'왜 엄마.'

'엄마 여기 가르마 양쪽으로 있는 흰머리 좀 뽑아 줄래?'

'쪽집게 어딨어.'

그렇게 해서 하나 둘..셋...뽑았을 즈음 폰벨이 울어댄다.

'준비해. 10시 50분까지 가야해. '

'지금 전화하면 어떻게 전화를 빨리 해주던지.'

'얼른얼른 준비해. 알았지.'

별루 가고 싶지 않은 여행..

그렇지만 안가자니 좀 아쉬운 여행..

낯선이들과의 아니 좀 불편한 사람들과의 1박 2일 여행이

갈지..안갈지 모르겠다더니 급하게 연락이 온 모양이였다.

머리 감고 화장 찍어 버리고 있는데 남편이 들어 왔다.

'이제 그러고 있으면 어떡해?'

'화 내지마. 당신 나한테 전화한지 10분도 안됬거든.

머리는 감아야지.'

'가지 말까? 50분까지 오라는데 지금 20분이고...

송천동도 다녀서 가야 하는데...'

'가기 싫음 가지 말게..'

'가기 싫은건 아닌데 연락이 너무 늦게 와서 준비가 하나도

안됬잖어.'

'맞어. 아직 가방도 안 쌌고, 머리도 말려야 하고.....'

'전화해서 준비가 안되서 못간다 하고 말자.'

그렇게 해서 20분만에 1박 2일 여행이 내게로 왔다가

멀어져 가는 순간이였다.

바닷가 간다는데..

콘도 예약 했다던가 뭐라든가...

그래도...불편한 자리잖어.

안가고 싶은 생각이 좀 크긴 했지만

막상 물건너가고 나니 쬐끔 아쉽네.

 

난 있지..

아주 낯선 사람들과의 여행은 오히려 괜찮은데..

안면은 있어도 늘 어설프게 낯설고 어려운분들과의

여행은 좋지 않드라구.

편안 사람과의 여행이 최고잖어.

날 풀리면..남편이랑 여기 가까운 심포항이나 한번

가자고 해야겠다.

 

바다가..

날...

애타게 부르고 있다고...

바다가..

내가 보고 싶어서

시퍼렇게 눈이 짓물렀다고...

'지나간날들 > 2010'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이들이랑..  (0) 2010.01.17
별빛이  (0) 2010.01.16
어쩌면..  (0) 2010.01.15
말..  (0) 2010.01.15
날마다  (0) 2010.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