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10

주방쪽

그냥. . 2010. 1. 17. 22:31

주방쪽 베란다에서 마당으로 나가는 문

그 밖에는

장독대가 있고, 수돗가가 있고..

창고가 있고..

옥상으로 올라가는 쪽도 훨씬 가까워서

하루에도 몇번씩 이용하는 문이다.

서쪽이라 그늘이 깊어서 예전에 내렸던 눈이

사그락 소리를 내며 얼어가는 해질무렵..

빈상자를 내어 놓고 들어오는데

멀쩡했던 문이

삐그덩하니 벌어져서 닫히질 않는다.

뭔일이지?

이럼 안되는데...하면서 아무리 용을 쓰고 힘을 써도

안된다.

여기 열어 놓으면 겨울 바람도 바람이려니와

들고양이며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쥐들을

집안으로 불러들이는 꼴이 되고 말것 같았다.

나가보고..경첩 있는데 살펴보고

아무리 봐도 왜 그러는지 알수 없고

날은 자꾸 어두워진다.

뭐라도 갔다가 괴어 놓아야 하나 어쩌나...

종종거리며 다시 닫아 보니 닫힌다.

어? 뭔일~

하고 다시 얼어보려다가...

흐미 큰일날뻔 했다.

문이 저만치 앞서 나가며 떨어져 나가려고 하는..

그러고 보니 네개의 경첩중에

위에 두개는 완전 끊어졌고.

밑에 한개는 끊어질똥 말똥 하고 있다.

뭔일이래여..날이 추워서 경첩이 얼었는걸

내가 모르고 너무 세게 열었나 싶기도 하고..

조심스럽게 잡아당겨 잠궈 놓고..

나 말곤 누구 딱히 다닐 사람도 없는데 출입 금지를 명했다.

문 잘못 열면 유리창 와르르는 물론이고

사람 다치기 십상이니 조심하라고 단단히 이르고

날 밝으면 당장 문부터 고쳐달라고 남편에게 부탁하고

그렇게...

출입금지 시켜놓으니 불편한건 나..

장독대에 김치 꺼내러 가는 일도

대파 가지러 가는 일도..

삐이잉 돌아 움직여야 하니

사실 따지고 보면 그리 먼거리도 아닌데도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멀게 느껴진다.

날이 춥긴 무진장 추웠나봐.

장독에 넣어두었던 무우김치가 꽁꽁 얼었어.

한입 베어물면 으시시시시

온몸이 부르르 떨린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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