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배돈 얼마나 받았냐?'
신이난 큰넘'19만원'
'나는 15만원'
엄청난 액수다.
우리때는 상상도 못했을 금액을 아이들은
새배돈 또는 복돈이라는 명목으로 당연스럽게
받는다.
그래서 아이들이 년중 가장 좋아하는 날은 설날이 아닌가..싶다.
'뭐할래?'
'저금 해야지.' 큰넘 말이다.
'기부 할꺼야' 작은 넘 말.
'기부?'
'어. 엄마 아이티 지진 일어난데 기부 할까?'
'글쎄....좀 알아 봐야 할것 같은데. 엄마도 기부에 대해서는
잘 몰라서.'
작은아이가 기부라는 말을 꺼낸거는 한달전쯤이다.
그때는 그냥 아이티 지진 때문에 온 세상이 시끄러웠었기 때문에
그런가부다 하고 지나가는 말로 들었었는데 아니였던 모양이다.
'잘 알아보고 해라. 잘은 몰라도 기부라는 명목으로
자기 이익 챙기는 사람들도 많다고 하드라.'
남편이나 내가 알고 있는 기부는 고작
카드 포인트나, 가끔 티비 보고 한통에 얼마 전화기를 드는
정도가 전부였는데 기부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작은아이에 대해 사뭇 놀라면서 의외였지만 말리고 싶은
마음은 없었는데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면서..
좀....시기상조 아닐까.
지가 벌어서 쓰는 나이도 아니고 부모한테 용돈 받아 쓰는 고작 중생인데
큰넘 통장을 보니 두둑해져 있는데 작은넘도 통장에 넣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봄비 맞은 땅에 새싹 돋듯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아이에게 큰 경험이나 추억..작은 보람을 심는 기회가 되겠구나...
싶은 생각과...그냥 저금이나 했으면 좋겠다..싶은 마음이
엎지락 뒤치락 하시 시작 했다.
'아들~ 알아봤냐. 어디에 기부 할 것인지?.'
'엄마, 아이티 거기 기부 할라면 어떻게 해야 해?'
'엄마 잘 몰라. 인터넷 한번 뒤져봐.'
'아프리카 어린이들한테 기부할까? 십오만원이면 걔내들한테는
몇달을 먹고 쓰는 돈이라던데..'
'글쎄....꼭 기부 하고 싶어?'
'어. 해야지. '
'한빈아. 꼭 그렇게 하고 싶다면 기부 해도 되겠지만....
엄마 생각에는...아직은 니가 어리고..엄마 아빠한테 용돈 타서 쓰는 나이니까..
조금 더 커서 스스로 너 자신을 책임질 수 있을 때 그때 기부 하면 어떨까?'
'근데 엄마. 새배돈 이거는 내가 아무것도 안했는데 생긴 돈이잖어.
솔직히 나는 이거 없어도 살지만 이 돈 없으면 죽는 애들도 많잖어.'
'그러긴 하지만 니가 걔내들에게 잠깐의 도움은 줄수 있어도
계속 도와 줄수는 없잖아. 그리고 기부를 하던 저금을 하던 서둘러서 해.
그렇게 가지고 있다가는 쓰는줄 모르게 다 없어진다.'
은근...나는 작은아이를 저금하는 쪽으로 설득하고 있었다.
그리곤..꾸준히 좋은일을 하고 계시는 어느님의 블로그에 들어가 보여주며
기부란 일회성 보다는 이분들처럼 마음으로 꾸준히
쭈우욱 끊이지 않고 하는것이 더 중요하다고
가르쳐 주었다.
아들넘은..아직도 생각 중이고..
나는..아들 모르게 여기저기 싸이트를 돌아다니며 내 속물근성을
잠재우려 애썼지만..
여전히..
기부는 낯설고..돈에 대한 개념이 아직 확실하지 않은 넘이
잠깐의 영웅심리에서 저러는거 아닌가..싶은 생각과..
가끔 언론에서 나오는 익명의 천사들 처럼 내 아들이
그런 인생관을 가지고 인생을 살면 어쩌나...쓸데없는 걱정이
슬그머니 안개처럼 배수진을 친다.
남이 좋은일을 하면..우와 대단한 사람이야. 저사람은 분명
하늘이 내리셨을꺼야..하면서 내 가족이나 내 아이가
그렇게 사는건..좀....안했으면...싶은
나는 속물 맞다.
아마 난..
어떻게 해서든 아들을 설득해서
통장에 넣게 만들지 않을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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