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10

울엄마는 택배 마니아.

그냥. . 2010. 2. 19. 20:12

'택배'라는것이 생긴걸 가장 반기는 사람은

아마 우리 엄마가 아닐까...싶다.

울엄마. 전화번호부 책에는 택배회사 딱지가 세개나 붙어있다.

노랑모자, 어쩌고, 우체국, 그리고..또 하나는 뭐였더라..

암튼.. 울엄마는 택배 마니아다.

좀 어렵게 사는 언니네는 엄마의 아픈 손가락이 확실하다.

여름엔 고구마순 몇단, 옥수수 몇개, 감자 몇개 양파 몇개

풋고추 한봉지...집에서 있는것이라고는 모두 다 조금씩

조금씩 넣어서 한 상자를 만들어 언니한테 보낸다.

그렇다고 언니네가 그렇게 못먹고 산다거나 엄마보다

여유가 없이 사는것도 아니다.

겨울엔 고구마 몇개, 고춧가루, 통고추, 산에가서 주워온 밤...'

등등 그렇게 상자를 싸기 바쁘다.

어느날인가 '엄마 그렇게 해서 언니네 보내는 택배비가 더

들어가겠네.' 했더니

'그래도 그게 어디 그러냐. 이런거 수원서 사먹을라면 다 돈이여야.' 하신다.

명절때도 시댁이 오산인 언니는 못 내려 오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도 역시..어련히 알아서 잘 먹고 살겠지만..

명절때 들어온 사과며 배, 비누세트들을 한상자 만들어서

언니한테 보내겠다고 하시는데 남편이 사과하고 배는 집에

많으니까 우리가 보낼께요~ 했다.

안 그랬으면, 울엄마 사과 몇개, 배 몇개 그리고...떡국떡 한봉지

이런거 저런거 싸서 벌써 택배로 보냈을것이다.

엄마 마음이란 어디까지가 끝일까.

나도 엄마지만..

내 엄마 마음의 깊이가 가늠이 되지 않는다.

'지나간날들 > 2010'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밤 열한시가 넘어가는 시간...  (0) 2010.02.20
속물근성  (0) 2010.02.20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0) 2010.02.19
큰집 오빠와 올케 언니.  (0) 2010.02.18
점심시간에..  (0) 2010.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