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10

떡볶기를 먹으며..

그냥. . 2010. 2. 21. 18:46

큰넘이 떡볶기 타령을 해 대서..

언제든지 나는 해줄수 있는데

아들넘이 시간이 없어서 엄마표 떡볶기 먹어본지가

언제적인지도 모르겠다고 그래서

한냄비 라볶기를 만들어 식탁 가운데 놓고

둘러 앉았다.

아이들이랑 셋이 앉아 맛있게 먹으며.

'아 맵다.' 작은아이가 한마디 한다.

'엄마는 별루 안 매운데?'

'어 그런데로 많이 맵지는 않아.' 큰넘 말이다.

'엄마. 예전에는 매운거 잘 못 먹었었잖어.'

'그랬었니? 나이 먹으면 감각이 떨어져서 자꾸

짜고 맵고 자극적이게 된다더니 그러는 모양이다.'

'늙으면 감각이 둔해진다구?'

'어. 그렇다나 봐. 그래서 아픈것도 많이 못 느끼고,

음식 맛도 자꾸 강해진다.'

'아픈거 많이 못 느끼면 좋겠네'

'그렇지. 젊은 사람도 여기 저기 아픈데 많은데 나이 먹으면

더 아픈곳만 많아질거 아니냐. 젊을 때처럼 아픈거 느끼면 아마

날마다 들어 누워 있어야 할꺼야. 좀 둔해지니까 그래도

아이고 아이고 하면서 살지.'

'그렇구나...'

'자연적인 현상 참 신기하지 않냐?'

'긍게.'

'아빠! 매운거 좋아 하세요?' 거실에 앉아 있는 남편을 보고

큰넘이 묻는다.

'아니이..' 남편이 대답하고,

'아빠 많이 매운거 먹으면 딸꾹질 해. 그래서 별루 안좋아 하셔.'

거의 동시에 내가 대답했다.

'할머니는 매운거 엄청 좋아하시지.'

'어. 할머닌 매운것도 잘드시고... 좋아도 하시지.'

'그럼 내가 할머니 닮았네.'

'그런가 부다..'

'엄마!'

'어.'

'엄마 떡볶기 우리만 만들어 주고 안먹었었잖어.'

'예전엔 그랬지. 왜 그땐 소화가 그렇게 잘 안됬는지

그거 두려워서 못먹었었지.'

'그럼 지금은 소화 잘 돼?'

'어. 지금은 먹어도 불편한줄 모르니까 먹겠지.'

'엄마가 그만큼 마음이 편해졌다는 얘기네.'

'그런가'

'좋은거지. 엄마 맨날 울고 그랬었잖어.'

'ㅎㅎㅎ 그랬었니. 엄마가?'

'엄마. 외할머니가 제일 싫어하는 사위 1위가 어떤 사위인 줄 알어?'

'아니 몰라.'

'명절때 와서는 빨리 가야 한다고 재촉하는 사위가 제일 밉데야.

근데 울 아빠가 그랬어.'

'아빠는 말만 그랬지. 자고 그다음날 왔잖어.'

'그래도 빨리 가야 한다고 마악 그랬잖어.'

'아들~ 그때 아빠 일이 그렇게 있었잖어. 일때문에 그런걸 어떡해.'

'아하. 그렇구나. 그렇지만 외할머니가 서운하시지 않으셨을까?'

'아니야. 아마 이해 하셨을꺼야. '

간만에 떡볶기 먹음서 주고 받은 이야기가

떡볶기 속에 떡과 어묵과 라면 보다 훨씬 더 많았다.

 

남편에게..

장모님이 싫어하는 사위 1위 이야기를 해 줬더니..

너털 웃음을 웃는다.

은근 찔리는 모양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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