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10

팔불출..

그냥. . 2010. 2. 23. 19:38

 

 

햇살이 꼬옥 우리 태린이 미소 같은 날이였다.

집안에 창문이란 창문은 모두 다 열어놓고도

춥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것이 봄날 맞다.

어디 성질 급한 개나리 하나 피어 있지 않을까..하고 은근

기대하게 만드는 날이였다.

 

설에 친정 갔을때 주방에서 커피를 만들고 있는데

엄마랑 큰집 올케언니랑 동생내외랑 둘러앉아

대화중이였다.

'........... 한산엄마는 체력이 약해서 어쩌고 저쩌고..

그래도 아르바이트는 잘해요~' 우리집 남자 말이다.

'뭔 아르바이트요?'

'라디오에 편지 보내서 외식 상품권이랑 절임고등어랑

뭐 그런거 잘 받잖아요.'

'어머. 그래요. 어떻게 편지를 쓰는데 당첨이 되요.

나도 아가씨한테 글쓰는것 좀 배워야겠네. 그 라디오 프로

나도 잘 듣는디 그럴때는 전화를 해야지.

언니. 방송 나와요. 들으세요~ 하고..'

'긍게 언젠가 전화 왔더랑게 라디오 들을 수 있으면 들으라고.'

장단을 맞춰주니 우리집 남자 신이 났다.

'비즈 자격증도 땄잖어요..'

서둘러 쟁반을 들고 방으로 들어갔다.

'당신 지금 팔불출인거 알고는 있어?'

'어떠냐. 어머니고, 형수님인디..내가 다른데 가서 그러냐?'

'그래도 그것이 아닌것이여.'

'누나 좋은생각 책에도 글 실렸다며...'

그만하라 하고 싶었지만

맞장구 쳐주는 동생과 언니 그리고 엄마덕에

한참을 난 비행기를 탔다.

뭐 대단한 일이라고..

전국방송을 탄것도 아니고..

지방방송국에 가끔 사연이 소개될 뿐인데 싶으면서도

기분 나쁘지 않았다.

역시 사람은 칭찬에 약해..속으로 해해 거리고 있는

나를 발견하면서도 즐거웠는데..

며칠전 전국 방송 라디오 프로 게시판에 사연을 하나

올렸다.

기대는 하지 않았다.

일년에 한두번쯤 사연을 올리기는 하지만 워낙에

청취율이 좋은 프로라 생각도 안하고 있었고,

오늘따라 라다오도 듣지 못했는데

그냥 생각없이 들어가본 라도오 홈페이지 게시판 선곡표에

내이름이...ㅎ..

세상에 이런일이다. 믿기지 않아 다시 또 확인하고..

근데 맞다.

호들갑을 떨며 막둥이한테 자랑하고,

남편한테 자랑하고..

허파에 바람든 사람처럼 히디덕 거리며 다니는 나..

그렇지만 방긋 웃고 마는 아들넘과 남편에게  물었다.

'왜. 좋아 안해?' 하고..

'엄마. 이제 놀랄일도 아니야. 난 엄마가 해낼줄 알았는데.'

'야야..날마다 그렇게 컴앞에 앉아 두드리고 있는데

그정도도 아니면 말이 돼냐~'하는 두 남자의

얼굴이 박꽃처럼 피었다.

ㅎ....

히히히..

좋다.

 

근데...

다시 듣기로 방송 듣고 나니...

다시 고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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