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10

난 아무짓도 안했다.

그냥. . 2010. 2. 23. 22:31

언제부턴가 큰아이가 폰에

비밀번호를 걸어 놨다.

언젠가 저녁 늦게까지 문자 보내는걸 알고

잔소리를 좀 했더니 아예 잠궈 버린 것이다.

'너 그렇다고 폰 잠가 놓고 ..그럴수 있냐. 어쩌냐'

섭하다 툴툴 거렸지만 이해 못할것도 아니여서

걍 그러고만 있었다.

그러다가 괜한 호기심..

잠겨 있으니 더 열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나..참 나쁜 엄마야.

폰 열어보는거나 비밀 일기장 열어보는거나

다를게 없다는거 알지만..

비밀번호 안걸어 놨으면 걍 그러나 부다..하는데

걸어 놓으니 더 궁금한거다.

청소를 하다가 심심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큰넘 책상위에 덩그러니 주인만 기다리고 있는

폰을 주워 들었다.

주인은 아니지만 낯설지는 않으리라 폰에게 인사는 생략하고..

네자리 숫자를 조합해 나가기 시작한지 딱 세번만에

열렸다.

흐미..단순한 넘..

머스마라서 그런가.

왜 이리 단순한거여. 우리가족들이 인터넷에서

비밀번호로 사용하는 몇 안되는 번호 중 하나인거다.

ㅎ....

열어보니 별거 없네.

예전 처럼 밤 늦게까지 문자놀이를 하는것도 아니고..

아들넘 눈치 못채게 슬그머니 내려 놓고 나왔다.

그리고 잊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날 작은넘이 큰아이 핸드폰을 가지고

놀고 있는거다.

'뭐하니?  '

'비번 한번 풀어 보려고.' 하던 넘이

포기하고 내려 놓는걸 보고난 저녁

'야 한산아 한빈이가 니 폰 비번 풀어본다고

열심이드라~' 했다.

'그래서 풀었냐?' 뮫는 형아에게

'아니. 모르겠어. 안풀려'하니 큰넘이 안도 하는듯..

그리고 또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다.

청소하다가...심심해 죽겠다고 졸고 있는 폰을

떨어트렸더니

화들짝 놀라 열렸는데

열어보고 싶은 생각이 슬그머니 들어 비번을 눌러보니

바뀌었다.

안열린다.

이것 저것....

지난번엔 세번만에 풀렸는데

안풀린다.

몇번 하다가 포기하고 말았는데

오늘아침 또다시 내 시선에 꽂힌 큰아이 폰

집어 들었다.

한번..

두번...

세번..

네번..

짜자잔~ 하며 열렸다.

흐미..

뭐여.

정말 단순하구마이~

살짝 내려놓고...

모르는척

안열어본척...

 

난 아무짓도 안했다니까.

'지나간날들 > 2010'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간만에 대형 마트에 갔다.  (0) 2010.02.24
군산에 볼일이 있어...  (0) 2010.02.24
남편이...  (0) 2010.02.23
팔불출..  (0) 2010.02.23
아직은 눈이 좋다...  (0) 2010.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