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10

울언니는..

그냥. . 2010. 3. 1. 20:01

울언니는 글을 참 잘 썼었다.

국민학교 다닐적에 내가 동시쓰기 방학숙제로

고민하고 있으면

언니는 뚝딱 글을 만들어 내서는

내 고민을 해결해주곤 했다.

어디 그뿐인가.

그 덕에 나는 언니가 써 준 동시로 상도 받은 기억 있다.

그때만 해도 사우디에 가 계셨던 외삼촌께

편지를 보내면

삼촌은 늘 자랑처럼 말씀 하셨었다.

조카가 글을 너무너무 잘써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끼리

돌려보곤 한다고..

언니는 그랬다.

공부도 잘하고, 글도 잘쓰고.

욕심도 많고..

성깔도 좀 있다고 엄마가 가끔 말씀하셨던 기억 있다.

거기에 비해 나는..

공부도 관심 없었고,

글쓰기에도 소질 없었다.

국민학교 5학년땐가...

동시를 쓰라고 해서 정말이지 어쩐 일로 뚝딱

너무 쉽게 망설임도 없이 써서 냈는데 선생님이

'어디서 베꼈느냐고..' 대놓고 물으신적 있었다.

제가 썼는데요~ 했는데도 믿어주지 않은건

내가 선생님한테 믿음을 주지 못한 까닭이였겠지만

그때 칭찬을 받았더라면 아마 내 인생이 조금은

바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세월이 아주 많이 흐른 다음에 해 본적 있다.

그래서 글이란것도 아무나 잘쓰는게 아니구나..싶어

좌절? 했고 책이라는 이상하고 재미있는 세상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 했는지도 모르겠다.

어느순간

말보다는

글이 더 잘되는것 같다는 느낌...

말은 더디고 왔다 갔다 하는데

글은 그래도 조리 있는듯한..뭐 그런..

 

며칠전 언니랑 통화를 하면서..

'언니 나는..살아가면서 일기 쓰는걸로

참 많이 도움도 받고 위로도 받고 해. 언니도 한번 해봐.

언니 글 잘썼잖어.'

'예전에는 글 쓰는거 좋아 했는데 요즘은

생각도 안하고 산다.

일기고, 가계부고 안쓰고 산지가 언제부터인지 기억도 없어.'

'그래. 그럴때 있기는 하드라구.

근데 언니도 글쓰는 재능은 있었는데..'

'지금도 감성 뭐 그런 건 남보다 좀 더 있는거 같기는 해.

바람이나 꽃이나 뭐 그런거에 내가 느끼는 감정이

다른사람하고는 좀 다르구나 싶을때 있거든.'

'그렇지. 나도 그래.

언니. 마음에 여유 생기면...한번 시작해 봐.

내가 미영이 힘들어 할때도 한번 해보라고 권한 적 있거든

내가 도움을 많이 받아서 누군가 힘들어 하면

권하는 방법이야. 모두 다 나처럼 도움이 되거나 위로가

되는것은 아니겠지만..'

'그래..근데 난 컴하고 거리가 멀어서..'

'꼭 컴이여야 한다는 법 없잖어. 그리고 언니 컴 잘 했잖어.'

'놓아버린지 오래 됬어야. 그래도 한번 해볼까. 애들한테 이야기 하면

금새 도와주기는 할텐데..'

'한번 해봐. 언니 스스로가 스스로를 돌아보거나 반성하거나

위로하거나 하는데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는거 같어.'

 

언니는 잘 살고 있다.

어쩌면 나보다 더 편안하게 걱정없이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엄마에게 언니가 아픈 손가락이듯

내게도 언니는 아주 많이 신경 쓰이는 사람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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