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10

어젯밤..

그냥. . 2010. 3. 12. 20:56

저녁 10시 45분이면 나는 어김없이

외투를 걸치고 털장갑을 찾아 끼고 차를 몰고

아이들이 도착할 버스 정류장으로 향한다.

워낙에 어두운 시골길이라 인적이 뜸하기도 하고..

고요하기도 하지만 가끔 뜸금없이 뛰어드는

들고양이나 뭐 그런것들에 소스라치게 놀라기도 하지만..

들에 사는 고양이들은 더 잘 안다.

어두컴컴한 밤 길이 더 위험하다는 것을..

어제도 어김없이 나는..

남편 꼬셔서 받아낸 지폐 한장을 들고 아이들 간식 사줄

들뜬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저만치...아두컴컴한 갓길도 없는 도로가를 오순도순 다정한 아이

두명이 걸어온다.

어...말집(이유는 잘 모르지만 말집이라 한다.) 딸래미구나.

근데 그집 딸래미 하나는 대학 들어가고

막둥인 아직 중학생일텐데 왜 둘이지..

하고 다시 한번 눈여겨 보니 목두리를 길게 늘어트린

딸래미와 까까머리 머스마 하나가 다정스럽게 걸어가다가

동네 아줌마 차라고 생각했는지 어쨋는지

머스마가 뒤돌아 뛰기 시작한다.

아하~

배웅하고 있는거구나~

야자 끝나고 버스에서 만나서 여고생 혼자 걸어 들어가기엔

좀 ....으슥한 길을 에스코트 해주고 있었던 것이였나 부다.

괜히 미안한 생각..

난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두 어린 학생의 데이트를 방해했구나..

싶었다.

못본척 고개 푸욱 숙이고 걸어가는 여학생과

뒤돌아 빠른걸음으로 뛰다시피 하는 남학생 뒤를 바람이 따른다.

참..좋은 시절이구나..싶다.

물론 한참 공부 해야할 고등학생이지만..

고딩이라고 애뜻한 감정을 모르라는 법은 없지~

말집 딸이 내아들 초딩 동창이니 그 머스마도

요 근방 아이라면 내 아들 동창이나 1년 선배쯤..아닐까..싶다.

풋풋한 웃음이 나기도 하지만..

그래도..내 아들이 저러고 다닌다면

푼수 없다고 꿀밤 한대 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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