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10

아침에...

그냥. . 2010. 3. 13. 13:04

아침에 나가는데 쬐끄만한 그 강아지가

양지쪽에 쪼그리고 앉았다가 차가 지나가니

기운없이 일어나 달아난다.

'한산아~ 그 강아지 꼬멩이네집 앞에 쪼그리고 앉아 있다.

잡아볼래?' 큰아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말은 잡아볼래? 했지만 간만에 한가한 놀토 아침 귀찮아하지

않을까 싶어 기대도 안했는데 얼마 안 있어 전화가 왔다.

'엄마. 잡았어. 지금 집에 올 수 있어?'

'엄마 지금 안되는데...'

'그럼 어떡해? 애는..'

'어...밖에 어디 좀 가둬 둘래'

'어디?'

'글쎄..그 아랫방 창고 있지. 너랑 나랑 며칠전에 청소 한데

거기다 우선 넣어 놓고, 사료랑 물좀 넣어 주라.'

'어. 알았어.'

어떻게 그렇게 빨리 잡았지? 아이들이라 어른보다 훨씬

마음이 따듯하구나...

난..솔직히 잡을 수 없을거라고 생각한건 어쩌면

불쌍한 마음 뒷면에 귀찮음이 더 컸던것 같은데...

어떻게 잡았냐고 물었더니..

'가만히 앉아서 눈맞추고 조용히 불렀어. 그랬더니 그냥

지가 알아서 오던데. 내가 무섭지는 않았나봐.'

큰넘 말에 감동하고..

유기견센터에 전화를 했더니 금새 달려와 주셨다.

머리가 희끗하신~ 인상 좋으신...아저씨가..

'많이 말랐네요. 언제 부터 돌아 다녔어요?'

'며칠 됬어요. 바들 바들 떠네요. 불안한가봐요.'

'걱정 마라. 잘 먹여 줄께.'

하심서 데려 갔다.

저녁마다 차량 불빛에 놀라 멍멍거리며 달아다넌..

너무 말라 봄바람에 휘익 날아가 버릴것 같은...

애절하게 애원하듯 바라보던 촉촉히 젖은 눈...

이제 좀 편하게 지낼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

어디를 가든..

주인이 버리고 간 그자리에서 오지도 않는 주인을 기다리며

굶주림에 시들어 가는거 보다야 났지 않겠나...싶다.

내 아들이지만..

마음이 참 따듯한거 같아서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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