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10

엇저녁..

그냥. . 2010. 3. 23. 11:41

엇저녁..

등산복에 등산화까지 사줬는데 등산도 운동도 관심

없는 우리집 남자를 에 대한 일기를 써놓고

앉았는데

우리집 남자의 특유의 웃을을 지으며 들어온다.

'일찍 왔네.'

'어. 쬐끔 춥다.'

컴 전원 끄고 우리집 남자 따라 방으로 들어와 티비 앞에

앉았는데 자꾸 베시시 웃음이 나는거야.

한편 적나라하게 흉을 늘어놓은것도 미안하기도 하고..

뭐 블로그에 우리집 남자 이야기로 채운게 어디 한두번이겠어.

그래도 금방 썼는데 바로 얼굴 보고 앉아 있으려니까

미안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고 자꾸 피시식 웃음이 나더라구.

'왜 웃냐?'

'어. 아니 그냥.'

'뭐 좋은 일 있냐?'

'좋은일은 무슨..' ㅎㅎㅎ

'근데 왜 바람이 들었어. 뭔일 있구만~ 이실 직고 혀~'

'아까 금방 내가 당신 운동도 등산도 말로만 한다고

등산복은 딱지도 안떼고 장롱에 고이 모셔져 있다고 블로그에

일기 썼거든.'

'뭐여. 마누라. 다른사람이 흉보는건 뭐 그렇다 치고, 신랑 흉보고

뭣이 그리 재밌어서 피식 거리냐?'

'난 거짓말은 안해. 당신 봐봐 등산복 산지가 언젠데..

저거 봐봐 훌라후프는 먼지만 푹푹 쌓여가고 있잖어.'

'할꺼야 내일부터.'

'하이고. 그넘의 내일~ 그래서 내일은..선물이기도 하지만..

신이 주신 쥐약이기도 하데. ㅎㅎㅎ'

'블로그에 내 흉 보지마. 많은사람들이 볼꺼 아냐.'

' 내 블로그는 인기가 없어서 괜찮어.

당신 운동 열심히 하면 우리집 남자 철들어 운동도 등산도

열심히 한다고 다시 글써서 올려줄께~'

'그랴. 그랴..내일부터 꼬옥 해야지. 내일 아침에 너 눈뜨면 나 없을것이다.

새벽에 운동 갈꺼거덩.'

그래서 아침에 우리집 남자 없었냐구?

이불속에서 얼굴만 빼꼼히 내놓고는 티비 볼륨 화악 줄이고

엇저녁 이야기는 까맣게 잃어버리고 누워 있었다는..

 

운동.. 우리집 남자에게 운동이란 뭘까?

혹시...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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