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요.
오늘저녁도 하얗기만 한 곳에 뭔가 적어 넣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이렇게 앉아 있네요.
스피커에서는 몇곡인지 알수도 없는 노래가 돌아가고 또 돌아가고..
참 노래들이 하나같이 우울하구나...
내가 우울한가..... 싶기도 하고..
아파서 학원도 못간 아들넘 티비 보고 있는데
정신이 반쯤 거기에 가 있어서 그런지
집중도 되지 않고 아무리 엉덩이 무겁게 앉아 있어도
뭘 써내려가야 할지 감을 잡을 수가 없는거 있지요.
꼭 써야 하냐구요?
아니요.
그건 아닌데..
나는요.
나는 그래요. 이렇게 멍하니 앉아서 뭔가 몇줄이라도
적어 놓지 않으면 허전하고, 이상하고, 불안하고..
뭔가 해야할 일을 못한 사람마냥 그래요. 내가.
이렇게 그때 그때 감정들이나 상황들이나 추억들을
기억해 놓으면 나중에 뭐가 다를까요?
며칠전에 나는요...
책꽂이에 꽂아져 있는 내 일기장들을 보면서
문득 법정스님이 생각이 났어요.
그 무엇도 남기시는 걸 원하지 않으셨던 ....
세속의 많은 사람들에게 삶의 지침이 되고 위로가 되고
그리움마져도 녹아들게 만들어 줄것같은 저서 마져도
절판을 원하셨던...
그분이기 때문에 그럴수 있을꺼라고 이해가 되드라구요.
그러면서 문득..
눈에 들어온 그동안 뿌듯하게 느끼고 있었던 일기장들이
새삼스럽게 느껴지드라구요.
내게 노년에 좋은 소일꺼리가 될수 있을지는 몰라도..
나중에 자손들에겐 한낮 쓰레기가 될지도 모르겠구나..아니
언젠가는 그렇게 되겠구나...싶은 허무함..
지나치지 않아야 하는데..한두권정도면 혹시 울엄마꺼니까..하고
간직해 줄지도 모르지만...저 많은 일기장들이 내 아들들에게는
그저 짐일수도 있겠다..싶드라구요.
그래서 생각했죠.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나.. 세상 떠나는 날..
내 분신인 일기장들도 함께 세상 등지게 해 달라고
해야겠다고..
아니..
하늘이 나더러 오라고 손짓하거든 내 손으로 정리해야겠다고...
모든것이 지나치면 좋을게 없는데...
저는..이렇게 끄적끄적 ...거리는 욕심이 너무 많아요.
줄여야 하는데...
잘 안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