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잊혀진 사람이면
좋겠다 싶다.
그냥...
기억하고 있다는 거
그것만으로도 부담스럽고
꺼려지는 마음이 손톱만큼이라도
먼저 일어나는 기억이라면
잊혀지는..
잊어주는 것도
배려 아닐까..싶다.
있는 사람을 ..
기억하고 있는데
어떻게 없는 사람이라고 하느냐고
되 물을지 모르지만..
그냥
없었던 사람이면 좋겠다는데
이유불문하고 잊은척이라도 해주면 좋겠다 싶다.
그러다 보면 어느날은 진짜로
없음이 되지 않을까. 처음에 그랬던 것처럼....
어떤 기억속에서는
나는..
처음부터 없었던듯
그냥 잊혀진 사람이면
좋겠다는 생각...
어렸을적 출퇴근 하는길에 참새방앗간처럼
들리는 서점이 있었다.
가끔...소설책도 사고, 에세이도 사고..
어느 낙엽이 눈처럼 내리던던 가을날 이른 아침..
아르바이트 청년처럼 보이는 사람이 마악 밀대로
청소를 하고 있는데 들어섰다.
늘 고정석에 서서 책을 살피는데 알바생이 다가왔다.
'뭐...찾으시는거 있으세요.'
'네..잠깐만요. 좀 찾아보고요.'
멋적어하며 물러서는 알바생과 눈이 마주쳤다.
흐미....
'저......초야(草野) 라는 책 있어요? '
'네?'
눈 똥그렇게 뜨고 나를 바라보던 그 학생.
'이름이 확실치는 않은데 고전소설이라고...
누가 재밌게 읽었다고 했던거 같아서요.
'초야라고 했던것 같은데...'
별 생각 없이 던진 말에 그 청년의 눈동자는 금방이라도 튀어 나올 듯
똥그래지더니 뻘개지기까지 하는거 아닌가.
왜그러나....싶어 머뭇거리는 청년을 뒤로하고 샘터 한권을 사들고
돌아서 나와서도 한참 후에야 그 청년의 튀어 나올것 같았던 눈동자의
의미를 깨닫고는..
내 얼굴은 홍당무처럼 붉어졌다.
'내가 말하는 초야(草野)는 이거였고, 그 청년이 오해한 초야는(初夜)
였다는 것을..
그 뒤로 그 서점엔 다신 들어거지 못했다.
그 청년의 동그래졌던 눈이 아직도 참..잊고 싶은
어리고 순진해보이는 아가씨 입에서 초야라니 싶었겠지.........
지금 생각해도 얼굴이 붉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