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10

그엄마에 그아들..

그냥. . 2010. 4. 2. 13:32

밖에 있는데 올케한테 문자가 왔다.

'형님 오늘은 날이 맑네요. 다름이 아니구요.

어머니 계좌 혹시 아세요? 아버님 기일에 애들 옷 사주시라고

넣어두셨더라구요. 보낸다니 서운웋하다 하시고 수민아빤 보내라

해서 어떻게 하나 하다가 어제 또 수민아빠가 보냈냐고

물어보길래 보냈다고 해버렸거든요.

어머님 몰래 넣으려구요. 아심 혹시 서운해 하실까봐^^;

수민아빠가 알려줬는데 삭제 됐나봐요.ㅡ,,ㅡ 아시면 좀 알려 주세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형님~'

'지금은 모르고, 있다가 점심때쯤 알아봐 줄께. 엄마가 안그래도 태린이는

옷한벌 제대로 안사줬다고 말씀하시드만 그냥 고맙게 받아 쓰면

좋으련만....수민 아빠가 예민하게 받아 들이지. 너무 신경쓰지마.'

'별일도 아닌걸로 아침부터 죄송해요.^^

저도 그냥 찜찜해서요. 오늘 어머님 어디 외출하신다 하셨거든요.

바쁘실텐데 형님 부탁드릴께요^^;'

 

그엄마에 그 아들..

거기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올케.

ㅎ...

웃어야 할일인지 울어야 할일인지..

큰조카는 옷도 몇벌 사주고, 팔찌도 해주고 그랬는데 내가 태린이 저넘은

해준게 없어야. 뭐 하나 해주야 하는디...

목걸이 18k로 알아봤더니 적어도 25만원은 줘야것더라..'

'아이고 엄마 애 목걸이가 무슨 18k씩이나 위험해서 안돼.'

'그럴라나. 우리 태린이 옷이라도 한벌 사줘야는디...'

늘 그랬다. 버릇처럼.

그러더니 지난 아버지 기일때 올케 가방에 봉투 하나 몰래

넣어 두었던 모양이다.

그것이...엄마의 습관이다.

예전엔 깜짝 반가울때도 사실 있었는데 이젠 정말 정말 싫다.

그날도 나하고 엄마는 한참이나 실갱이를 했다.

마트에서 장을 보고 어찌 어찌 해서 내가 계산하게 되었는데

영수증 보자고 집요하고 물어오고..결국 내어 놓으니 니가 너무 돈을

많이 썼다며 반절만 주겠다나 어쩌겠다나..

별 소리를 다한다고 제발 부탁이니 이젠 그러지 좀 말라고

가방가지고 실갱이를 했던것이다.

 

언니 잘 올라갔냐고 전화를 했다.

'잘 올라 왔지이....근데 나는 여기 저기시 짐만 되는거 같아서....'

'왜?'

'하이고 내가 못살것다. 엄마 때문에 무슨 봉투를 또 넣어 놨다냐.

정신 없이 바빳을텐데 말이여.'

'내비둬. 그게 엄마 사는 낙이여.'

'어디 그냐. 너한테도 그렇고, 수민이네한테도 늘 미안하고...

나야 차 얻어타고 가서 그냥 갔다 그냥 오니까 좋기는 하지만...'

'언니. 내려오는 길이니까 그렇지. 올라가는 길이면 같이 가자 해도 싫타

할꺼야. 별걱정을 다해. 그게 동생이고, 그게 엄마잖어.'

'그래도 그게 어디 그냐...' 말끝을 흐리더니 코맹맹이 소리를 낸다.

가슴이 아팠다.

언니가 젤 잘살줄 알았는데..

공부도 잘하고, 욕심도 많고, 깔끔하고, 성깔도 좀 있고...그래서

젤 잘살꺼라고 그랬는데..

버거워 하는 모습이 내눈에도 보이는데 엄마는 얼마나 마음이 아팠겠어.

암튼..

그렇게 울엄마의 돈봉투 가방안에 숨겨놓기 때문에

동생네 부부 사이에 이상기류가 감지 된것이다.

그아버지에 그 아들..

한번 마음 먹으면 누구 말도 귀에 안들어 오는..

그 엄마에 그 아들 부담스러운것은 절대로 못견뎌 하는 성격.

동생 입장에서는 늙은 엄마한테 봉투 받아오는 일이 맘 편하지는

않을꺼라는 거 알지만

가운데서 직접 받은것도 아닌 올케만 난처하게 된것이다.

집에서 엄마 계좌번호 찾아보니 안보여서 언니한테 문자를 넣었다.

근무중인지....답장이 없어서..

동생한테 문자를 넣었다. 내가 필요한것처럼..

'바쁘지. 점심 먹었냐? 혹시 엄마 계좌번호 알아?

엄마가 쓸데없는 짓을 해서...'

'누나 내가 밖에 있어서 집에 전화해봐 미영이가 알꺼야.'

ㅎ...

올케 때문에 물은건데..올케에게 물으라니..

그러고 있는 사이 언니가 전화가 왔다.

집에 있다고 저녁에 알려준단다.

울엄마 못말린다고, 언니 남동생도 못말린다고 박장 대소를 하며..

그러고 있는데 남동생이 어디서 찾았는지 계좌번호를 보내왔네.

울엄마 때문에 언니 동생 올케 할것없이

무자게 분주한 하루였다.

울엄마. 이거 알까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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