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엄마는 지금....
제주에서 목포로 향하는 여객선 안에 있을거에요.
밤 먼 바다는 어떤지 나가보지 않아서 알수 없지만..
울엄마가 모쪼록 멀미에 시달리지 않고 돌아오고 계시기만
바랄 뿐이랍니다.
어제 밤에 전화가 왔어요. 엄마한테 폰으로..
울엄마 급하거나 바쁜일 아니면 가능하면 휴대폰으로 전화 하시는 일은
없으세요.
집전화로 해서 안받으면 나갔나부다....싶으신거죠.
언젠가 엄마한테 엄마~ 휴대폰으로 전화 해도 괜찮아~ 했더니
혹시 운전중일까봐, 혹시 바쁠까 싶어서 안하신다 그러드라구요.
근데 폰으로 전화가 온거죠~
'어. 엄마 왜? 뭔일 있어?'
'아니. 뭔일은. 엄마 지금 제주도다, 저녁 먹고 전화 하는거야.'
'제주도! 언제 갔어?'
'어. 아침에 왔어.'
'아...엄마 미안해서 어쩐데여. 벌써 갔어. 나는 며칠 남았는 줄 알았는데...
엄마 서운했겄네, 딸래미라고 용돈은 커녕 전화 한통도 안해주고...'
'아니여. 서운하기는. 산악회에서 왔어야. 돈도 얼마 안들었어.
니가 집에 전화해서 내가 전화 안받으면 걱정할가봐서 안할라다 하는거구만..'
'그래도 미안해 엄마, 이번달인줄은 알았는데 이달 말쯤인줄 알았어.'
'아니랑게. 사우 잘 있쟈. 애들이랑.'
'어 잘 있지. 엄마 멀미 안했어?'
'어 엄마 걱정 하지 말어. 멀미약 붙혔어. 멀미도 안하고,괜찮어.
서울 아들도 엄마 제주도 온줄 알랑가 모르겠다.'
'엄마는..아들이랑 딸한테 전화 좀 하지. 생전 처음으로 제주도 가는데
용돈 좀 넉넉히 보내라고... 그래도 되 엄마.'
'뭔 용돈이라냐. 나 오만원 들고 왔다. 산악회에서 밥먹여주지 잠재워 주는데
뭔 돈이여. 별걱정 다한다. 걱정 말고..엄마 잘 놀다 갈탱게 그만 들어가라.'
'알았어. 엄마, 조심해서 구경 잘 하고 오셔~'
'내일 늦을꺼여. 저녁에 열두시 넘어야 들어간다 그러드라.'
'어...알았어. 엄마 내가 나중에 전화 할께.'
무심한 딸년...
정말 난 우리집 남자 말대로 하나도 소용 없는 딸년이구나 싶드라구요.
울엄마...
제주도는 아마도 생애 처음이 아니신가...싶다.
엄마 젊었을적엔 우리들이 엄마를 놓아주지 않았고,
제주도 가족 여행 날 잡아보자..말 꺼냈을적엔 아버지 병이 너무도 깊어
이루지 못한 여행이 되었었어요.
그래서 왠지 제주도...하면 아버지 생각이 나곤 했었지요.
그렇게 울엄마는 여행이라는 거는 모르고 사셨는데 몇년전부터 농협 산악회를 다니신것이 엄마의 여행의 전부였는데 2년전 외삼촌들께서
외할머니 모시고 태국 여행 다녀오시면서 엄마도 모시고 간것이 울엄마
첫 해외 여행이셨지만 제주도는 처음인 거에요.
고등학생만 되도 수학여행으로 다니는 제주도, 거기가 뭐 대단한 곳이라고...
어제 새벽같이 출발해서 배타고 들어갔다가 제주도 공기 좀 마셔보고..
오늘 늦은 배편으로 돌아오는 여정이라 너무 피곤하실거라고 말렸지만...
다들 간다고 갔다 오시고 싶다고 하셨지요.
올 여름..동생내외 여름 휴가때 사돈 어르신이랑 엄마 이렇게
제주도 여행이 계획되어 있어서 더 말렸지만..
울엄마 예순일곱이라는 세월동안 타인들 입으로만 전해들은 제주도가 많이도 궁굼하고 가보고 싶으셨나 봅니다.
그렇게 엄마의 첫 제주도 여행을..
나는..
이 무심하고도 무정한 딸년은 용돈은 커녕 잘 다녀 오시라는 전화 한통도 못했던 거죠.
변명을 하자면..어제 엄마한테 전화를 하는데 통화중이드라구요. 이따 해야지..하고
까먹기 대장이 홀라당 까먹어 버린거죠.
세상 엄마들이 다아 내 엄마 같을까요....
분명 서운함도 있으셨을텐데...자식이 없는것도 아니고...
절대로...나. 서운하다 표현 안하신다. 그래서 더 죄송하네요.
'지나간날들 > 2010'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골목을 돌아 나가는데.. (0) | 2010.04.10 |
---|---|
비 (0) | 2010.04.10 |
코에 바람을 넣고 싶어서... (0) | 2010.04.09 |
봄.. (0) | 2010.04.09 |
오춘기.. (0) | 2010.04.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