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10

골목을 돌아 나가는데..

그냥. . 2010. 4. 10. 13:17

골목을 돌아 나가는데 내 차보다 두배 아니 세배는

더 큰 봉고차가 골목을 막고 있다.

뭔 차를 저기다 대 놨다냐 ...한마디 중얼거리고

앞쪽으로 차 머리를 다시 돌려 나갔다.

언제부터 내렸을까... 젖은 흔적이 많지 않은것이

내가 나오기 바로 직전에 내리기 시작한거 아닌가..

싶었다.

비도 오고....

토요일 한낮 도로는 달리는 차들을 감당해 내나라 바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습관처럼 차를 꺾어 골목으로 들어서면서 아차..싶었다.

아까 그 차가 그대로 거기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앞쪽으로 돌아 들어 갔어야 하는건데 싶었던 거다...

그렇지만

후진해서 돌아 나갈 실력도 용기도 내겐 없다.

골목은 좁고, 난 만년 초보이니까..

슬그머니 앞을 살피며 들어가니 우리집으로 꺾어지는

골목에서 부터 무쏘, 하나, 승용차 하나, 봉고차 하나...

세대나 받혀져 있는게 아닌가..

그 앞 나무 밭에서는 동네 아주머니가 낯선 분과 대화 중이시고...

잠깐 망설이다가..

차를 가장자리에 따악 붙혀 대고 내렸다.

바쁜가부지...

난 몇발짝만 걸으면 우리집이니 덕분에 비도 맞고...

걸어 들어오는데

무쏘에도, 승용차에도 심지어 봉고차에까지도 운전석에

사람이 고대로 앉아 있는것이다.

운전대에 발까지 올려놓은 아주 아주 거만(?)한 자세로..

심통이 불쑥 났다.

뭐여. 골목에 차 대놓고 뭐하나 싶은 생각..

들어와 라면 하나 끓여 먹고.....차가 빠졌겠지 싶어

나가보니

봉고차만 안보이고, 두대는 고대로 거기에 그렇게 대어 놓고

사람들은 나무밭에  있다.

'차 좀 빼주셔야겠는데요' 했더니

동네 아저씨가 차 빼주라고 하는데도 못들은척 못마땅한 척...심드렁한다.

뭐여...싶었지만 못느끼고 못 본척

차에 들어가 시동걸고, 앉았으니 마지 못해 어슬렁 거리며

차를 빼주는 모양새가..참...

불쾌했다.

내가 바보같다는 생각이 들었을까.

집이 코앞이든 몇발짝 앞이든 첨부터 빼달라고 빵빵거렸으면

금새 빼줬을텐데...이게 뭔짓인가

싶은...생각..

당당하게 앞을 가로 막고 있는 두 차를 물러나게 하고

집안에 파킹 시키고 나니 불쑥 했던 맘이 좀 가라 앉는다.

나도 참 웃기지. 싶다.

첨부터 빵빵 거렸으면 될껄..왜 인심 좋은척 해놓고

몇초도 안 지나 열받는거야..싶은것이..

 

고 사이 비는 그치고..

세상빛이 좀 환해졌다.

 

'지나간날들 > 2010'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저녁을 챙겨 드리고..  (0) 2010.04.10
정적마저 흐른다.  (0) 2010.04.10
  (0) 2010.04.10
울엄마는 지금..  (0) 2010.04.09
코에 바람을 넣고 싶어서...  (0) 2010.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