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우리집 남자가 술과의 결별을 선언하며
자신의 의지를 테스트 하고 있을때다.
'하이고~ 며칠이나 갈라고...길어야 사흘. 나흘? 아님 일주일..'
속으로 콧방귀 킁킁 뀌고 있는거 알았는지 어쨌는지
완전 빠이빠이 한 연인처럼 그렇게 술을 대했었다.
그 많은 사람들과의 유혹, 그 많은 술들의 유혹을 다아 뿌리치는 거 보고
저러다 진짜 술 끊겠구나....싶은 믿음이 살짝 생겨나기 시작했다.
천번도 만번도 더 넘게 끊겠다 해놓고 일주일을 못 넘긴 사람이였기 때문에
두달 가까이 음주와의 결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 꿈만 같았고,
우리집 남자와 내 인생의 새 장이 열리는가...했었다.
그렇게 그렇게 설마 했던 마음이 믿음으로 마악 굳어질라 싶은 어는 날..
'나 술 안마시니까 좋으냐?'
'그럼..좋지. 우선 건강에 좋지, 늦게 들어와도 걱정 없지. 냄새 안나지.
아이들도 좋아하지..'
'긍게. 꼭 끊어야 허긴 허겄는디 술을 안먹은게 사는 재미가 없어야~' 한다.
술 안마시니 사는 재미가 없다는 말..
나는 이해 할수 없는 말이지만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내게 블로그에 일기 쓰지 말라는 말과 비슷한 의미 아닐까...싶었다.
'그치만 ..당신 건강 생각하면 끊는게 맞는데......'
싶었지만 '끊어야 해.' 강요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던 날..
마음이 통했던 걸까..
우리집 남자 거하게 취해서 들어왔다.
띠동갑 동문 선배를 만났는데 어쩔수 없었다는...말과 함께 미안하다는 말이
줄줄이 사탕처럼 내어 놓으면 그렇게 술은 남편 곁으로 파고 들었다.
뭐 어때 그렇게 좋아하는건데...지나치지만 않으면 되지. 싶었는디
그넘의 술은...
술이 술을 먹는다나 어쩐다나...
어쩌다 한번씩 헬렐레 하며 들오면 속이 부글부글 끓어댄다.
술 마시는게 싫은지.
늦게 들어오는것이 싫은지..
아님..
술 때문에 힘들어 하는 모양새 보기가 싫은건지
확실치는 않다.
아무리 마음 먹어도 누구에게나 절대로 안되는 일이 있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