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로 갔다.
재래시장이 물건도 좋고 싸다는데
난 좋은물건 잘 고를 자신도 없고, 조금이라도 싸게 살 자신도 없고 해서
정찰제가 붙어있는 마트가 편하다.
숨도 못쉬게 랩을 뒤접어 쓰고 있는 야채들이 불쌍하다는 사람도 있지만
사온 그대로 냉장고에 넣어도 되는 편리함도 있어 마트에 갔다.
두번재 명절 장보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카트가 넘처난다.
내가 손이 너무 커졌나? 뭐 필요 없는거 산건 아닐까...
그렇지만 충동구매를 막기 위해 메모지에 꼼꼼하게 적어간것 말고는
카트에 더 담아 넣은것이 별루 없는데도 산더미다.
그 마트는 계산을 하면 계산대에서 알바생들이 박스에 넣어 가지고 가기 편하게끔
포장을 해준다.
난 열심히 카트에있는것들을 계산대에 올려놓는데 울집남자 메모지 스프링이 요상해졌다며
거기에면 정신이 팔려있다.
물론 알바생이 포장해주니까....별 신경도 안쓰고..있는데
단단하게 묶여진 박스 두개를 가르키며 가져가시면 된단다.
많이 해봐서 그런지 박스포장 잘하네 어떻게 그 많은것이 두개에 다 들어갔을까..
속으로 생각하고...
점심 간단히 먹고 들어가고 싶었지만..야채며 이런저런 냉동것들이 있어
서둘러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오늘은 미술 숙제 있어 독서실 못가겠다던
큰넘 학교앞에 가서 태워 동네를 마악 들어서는데 울집남자 폰이 울린다...
동네 어르신이 갑자기 돌아가셨다고.......
아주머니는 그것도 모르고 남의 일 하러 가시고,
남편 선배인 그분 아들이 연락받고 출발했다고 먼저 좀 가봐 줄것을 부탁하는 전화였다.
그래저래 시간은 지체되고...집에 돌아와 정리를 하는데 뭔가 이상하다.
'자갸~ 북어포 두마리 사지 않았어?'
'두마리 샀는데.'
'한마리 밖에 없는데..'
'한마리 샀나...' 하며 주방으로 들어서고...
'음료수는 어딨냐? 닭고기도 없는것 같고..'
'그네..냉동 송편도 없어. 박스 하나가 통째로 빠졌나부다..'
가슴이 철렁했다. 이게 무슨 일?
다른것도 아니고 명절 차례지낼 장에 아버님 기일 장 본건데...
마트에 전화를 해보니 확인하고 전화 준단다.
그 짧은 시간..성질 급한 우리집 남자를 조심스럽게 바라보고...
시간이 멈춘냥 멍하니 있는데 전화가 왔다. 보관하고 있다고..
ㅎ....
심각하게 쪼그라 들었던 가슴에 바람이 들어간냥 가벼워지고..
남편이랑 아들넘 서둘러 다시 마트로 달려갔다.
혼자도 아니고..
둘이나 함께 갔으면서...
물건 포장하는것도 지대로 못보고 빼놓고 오다니...이런...
싶으면서 피식 안도의 웃음이 났다.
점심을 먹음서..
'울신랑 철들었네' 했더니
'왜?' 하고 묻는다.
'몇년전만 같아도 성질부터 버럭 냈을텐데...암소리 안하고 말야. 철들었어.'
'어쩌겠냐. 이미 벌어진 일이고 엎질러진 물이라 생각했는데..'
하며 웃는다.
급해지면 목소리부터 커지는 남잔데....진짜루 철들었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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