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10

걍 내버려 둘껄...

그냥. . 2010. 9. 17. 22:20

우리집 남자 피곤할까봐...

어제 눈치 살피며..

'자갸~ 내일은 이것 좀 박아줘~' 했었다.

'어 알았어.' 언제나 우리집 남자의 대답은 시원시원하다.

오늘.. 역시나 바쁜 우리집 남자..

그리고 쬐끔은 여유 부리며 게으름하고 차한잔 나눠 마실수 있는 나...

기다리느니...

기다리다가 내일로 또 넘어가게 생겼기에...

내가 하고 말지...하고는

의자 들고 욕실로...

욕실 천정에 나사못으로 고정하고 싶은것이 있어서

의자에 올라섰지만 손이 닿지를 않는다.

뭐여...김여사. 넘들 클때 넌 뭐했니? 옆으로 퍼진것도 아니구만..

내려와 대형 섬유유연제 통을 의자 위에 올리고 그 위에 올라서는데

다리가 후들후들...

흐미.. 중심 못잡아 미끄러지면 최하 팔뚝 깨지거나 무릎 나가거나...

그래도 천정은 내손안에 들어오고..

잔뜩 겁먹은 모양새로 나사못을 박기 시작했는데

요넘의 나사못이 나하고는 별루 안 친해서 애를 먹인다.

겨우 겨우..죽을힘을 다해서 열두개를 박아 놓고 내려오니 다리가 후들후들...

등뒤로 식은땀이 주루루룩....

그래도 해냈다는 뿌듯함이 밀려든다.

우리집남자 들어왔길래..

'자갸~ 내가 나사못 박았어.' 자랑스럽게 칭찬받고 싶은 아이처럼 호들갑을 떨었는데.

'잘했어.'시큰둥하게 한마디 던지고 만다..

잘못했나벼.....걍 좀 늦어지더라도 해달라고 내버려 둘껄...

누군가 그랬는데 절대로 못박는거나 뭐 그런건 할줄 모르는걸로 하라고..

한번 하기 시작하면 영원히 내가 해야할 일이 되고 만다고..

그렇게 되어버린듯한 묘호한 기분이 든다.....

아무래도....잘못 했나벼..

걍 내버려 둘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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