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10

어째야 좋을지...

그냥. . 2010. 9. 24. 16:49

울엄마는 참 별난걸루 자식이나 친척이나 가까운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재주가 있으시다.

이해 할수도 없고, 이해 하고 싶지도 않고

괜한 똥꼬집이라고 밖에 할말 없음이였다.

엄마랑 통화하기 전까지는..

 

이번부터는 엄마가 여름동안 죽을고생해서 주시는 고추가루를

그냥 받지 않을것이라고 다짐을 했다.

추석때 남편이 엄마에게 봉투를 하나 내밀며 고춧값이라고 하면

안 받을것 같아서..

'산악회 다니시려면 앞으로는 추워지는 날 많아지고, 길 미끄러울테니

등산화랑 등산복 괜찮은걸로 한벌 사세요~' 하면서 드렸다.

'아이구 뭔 이런걸...날마다 나 볼때마다 이렇게 돈써서 어쩐데여..' 하심서

받으셨다.

거기까지면 딱 좋다.

고추로 40근정도 되는 고추값 치고는 아주 아주 저렴하게 드린것인데..

울엄마 봉투는 언제 열어보셨는지..

고추가루를 손보시면서 그러신다.

'야야.....뭔 돈을 그렇게나 많이 넣었다냐.. 30만원이나 넣었어야.'

'알어. 엄마. 오십만원도 아니고 삼십만원이면 암것도 아니지. 등산복이나 하나 사 입어.'

'내가 등산을 얼마나 댕긴다고 등산복이여.'

'그럼 옷이나 한벌 이뿐걸루다가 사 입으시던지..'

'야야...그럼 어디 쓰냐..'

그러고 아무 말씀 안하셨다.

그때 눈치 챘어야 하는데 벌러꿍이 나는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엄마집을 떠날 준비를 하는데 두 아들넘 불러 용돈을 삼만원씩이나 주신다.

넘 많이 준다고 툴툴거렸지만 엄마가 부담스러운 마음 조금 덜어보려고

그러시나 부다..하고 말았는데

'엄마. 할머니 용돈 드렸어?' 막둥이 넘이 묻는다.

'왜?'

'그냥..'

그때까지도 난 아무것도 몰랐다.

한시간이면 되는 엄마집과 우리집과의 거리가 명절끝자락이라고

엿가락처럼 늘어지고...

무릎에 올려 놓았던 가방을 무심코 열었는데 봉투 하나가 들어 있다.

'하이고..내가 못살어. 울엄마 도대체 왜 그런디야'

화가 불쑥 났다.

엄마는 나 몰래 내 가방속에 봉투 하나 넣어 놓으셨고,

그것을 작은넘이 봤는데 못본척 해달라고 할머니가 손짓으로 말씀하셨다고....

당장 전화해서 따지고 싶었지만..

따지면 뭐혀 말로 하면 내가 뻔히 지고 말껄...

'통장에 넣어드려. 통장번호 알지? 어머니도 참..' 남편이 한마디 한다.

'긍게말여. 울엄마 왜 이렇게 사람 마음을 몰라준데여. 지난번에 올케랑 수민아빠도

엄마가 몰래 넣어놓은 봉투때문에 시끌시끌 했는갑도만..'

'그렇지. 늙으신 어머니한테 봉투 받아가는게 어디 기분 좋은 일만은 아니지.'

'근데 왜 그걸 모르시냐구우.. 정말이지..울엄마 이 습과 내가 확실히 이번에는

고쳐놓고 말아야겠어. 내일 당장 통장에 보내버려야지.'

이해할수가 없다.

아니..

이해할수는 있겠지

그렇지만 이해하고 싶지 않다.

내일모레면 칠십인 엄마한테 볼때마다 삼십만원씩 드리는것도 아니고..

어쩔라고...한번 그렇게 드렸는데...

두 아들넘 삼만원씩에...내 가방에 십오만원...미쳐...........

넘 심하잖어.

오만원도 아니고....

저녁에 엄마한테 퍼 부을 기세로 전화를 했다.

'엄마. 도대체 왜그래에..' 첫마디부터 곱게 나가지 않고...

'야야 오는게 있으면 가는게 있는게 정이지 엄마가 아무리 늙었다고

받아만 먹으면 쓰겄냐?'

'그래도 이건 엄마 너무 심하잖어. 애들 용돈 줬으면 됬지이.내가 내일 통장에

넣을꺼니까 그런줄 알어.'

'뭔소리여. 한산아...야..한산애미야..그러지 말어라이...

엄마도 아직은 돈 있어야. 그리고 엄마가 딸래미한테 고추 팔아먹는 사람 되야 쓰겄냐.

엄마 걱정하지 말고오 그돈으로 애들 티샤스타 하나씩 사줘라.'

'엄마가 걱정 안해도 아들넘들 옷은 내가 사입혀. 별걱정을 다해..

'그럼 너나 하나 사입어라. 좀 이뿌고 비싼걸루다가 사입어. 어디 그게 사람몸이냐.

사우 있어서 말은 못했어도 엄마가 속이 짠허다.'

'엄만 엄마 걱정이나 하셔요. .....'

끝이 없는 언쟁이 이어지고....

답은 없다.

엄마의 말과 맘 모두 무시하고 통장에 이체시키면 내 마음은 편하겠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울엄마 또 노발대발 할것이고...

섭하다 할것이고....

옷이나 한벌 사서 보낼까...싶지만..울엄마 은근 스타일이 까탈스러운 사람이라

내 안목으로는 엄마의 안목을 따라잡을 자신이 없다.

잘못했어. 내 생각이 짧았어.

걍 봉투로 말고 통장으로 이체시키고 말껄...

허긴..또 그럼 울엄마 그 좋아하는 택배를 이용해서 뭔일을 꾸몄을지 모르지..

모르겠다.

어떻게 해야 내 맘도 편하고, 울엄마 맘도 불편하지 않을지...

이제 좀..그냥..자식이 ...하자는대로...해주는대로...그랬으면..좋겠는데...

엄마는 여직도......자식을....며느리를..사위를...어려워 하시는것 같기도 하고...

결벽증이 있는것 같기도 하고....

 

돈봉투가지고 밀치락 뒤치락 하면서 티격태격하는것...

가방속에 몰래 숨겨 놓는것..

씽크대 안에 살짝 넣어 두고 오는것....

돈봉투는 엄마에게 아직도 부담일까.

암튼..

우리집만의 희안한 풍속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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