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10

휴일 오후..

그냥. . 2010. 10. 3. 15:12

오락가락하던 비 그치니 바람이 구름을 몰고 다닌다.

햇살이 반짝 났다가 구름이 몰려왔다가..

가을날은 햇살 한자락에도

춥다..시원하다가 엇갈린다.

까치새끼 열두마리는 얼어 죽었다드라는 우리집 남자의 놀림과는

상관없이 난 벌써 잠자리에 들면서 새 양말을 신기 시작했고.....

춥다는 말을 심심찮게 내놓고 산다.

어느새 시월이고..바람끝에는 어느새 춥다....가 숨어 있는것이다.

여름 그 바람소리하고 참 많이 다르다.

시월의 바람소리는..

바람 그 소리만 들어도 나뭇잎들이 몸살을 하는것을 느낄수 있다.

가을은 많은 자연들에게 아픔과 성숙의 계절이 아닐까..싶다.

 

점심먹으러 들어오니 독서실 간줄 알았던 작은넘이 그때까지 이불 뒤집어 쓰고

자고 있고..컴앞인지 티비앞인지 앉아 있었음직한 큰넘은

개면쩍인 얼굴로 '다녀오셨어요~' 하며 인사를 한다.

들어오자마자 막둥이넘부터 흔들어 깨워 정신차리게 해놓고

점심 차려 먹으며 막둥이넘더러 데려다 줄까? 니가 알아서 버스타고 갈래? 하고

물었더니 데려다 달랜다.

그래. 뭐 설거지하고 데려다 주면 되겠지..했다.

주방 정리하고 커피한잔 마시면서 샤워하고 나와 머리 말리고 있는 넘한테 물었다.

'막둥아~ 준비하는데 얼마나 걸려?'

'...........'뭐라 하는지 드라이기 돌아가는 소리가 잡아 먹어 버렸다.

'몇분?'

'30분'

'뭔 머스마가 머리말리고 옷입는데 30분이나 걸려. 그럼 엄마 빨래 몇개

빨고 가도 되겠네.' 했더니 그러란다.

아들넘들 교복 빨아 옷걸이에 걸어놓고 나오니 아직도 매직기하고 씨름중이다.

'아직 멀었냐?'

'어...오늘 잘 안되네...'

매직기가 누르고 있는 머리카락에선 허연 연기가 나고...

'머리카락 다 탄다. 이눔아. 적당히 해야지. 무슨넘의 매직기를 30분씩이나 머리카락에

대구 있다냐................'

잔소리를 날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느릿느릿 너하고 싶은데로 다하고 가려면 버스타고 가. 엄마 못데려다 줘.

어쩌고 저쩌고....독서실도 일찍 갔다가 늦게 오는건 뭐라 안해도 늦게 갔다가 늦게 오는건

제발 좀 자제해 달라고..가능하면 일찍 갔다가 일찍오는게 너한타도 좋고 엄마도 덜피곤하고..

어쩌고 저쩌고...'

청소기를 돌리며 독설? 그래 독설이였을꺼야 열심히 퍼붓고 다녔다.

그럼서...깨달았다.

내 안에 울엄니가 있구나...하고..

소름이 돋았다.

싫타 싫타 하면서 배운다더니....

울엄니 언짢은 일이 있으시면 암것도 안보이고 마악 입에서 나오시는대로 퍼붙고 주방이고 거실이고 방이고

화장실이고 돌아다니신다.

듣는 사람 기분같은것은 안중에도 없고..

그것이 그렇게 싫을수가 없었는데...

차라리 불러놓고 이건 어떻고 저건 어떻고 꾸중하시는게 나을텐데...싶었는데 말이다..

내 잔소리에 아무렇지도 않고 막둥이넘은 여전히 머리카락에 매직기를 데고 있고..

괜한 불똥이 큰넘에게도 몇방 튀었는데 아마 나 모르는사이

작은넘에게 털어내지 않았을까...싶다.

결국은 작은넘만 괜한 엄마 히스테리에 기분 꽝이 된것이다.

준비 다 하고 책상앞에 앉았는넘을 보니..

데려다 주면 금방인데..앞으로 버스는 한시간도 넘게 기다려야 하고...싶은 마음..

내 잔소리에 잘되는 공부 정리하고 일찍 돌아오는가 싶은 걱정....ㅠ.ㅠ

'나와~ 엄마가 데려다 줄께. 담부터는 이렇게 늦게 준비하면 절대 없어.' 앞장서 나가며

'니네 엄마 진짜루 스스로도 이해가 안가는 사람이다....그러니 니아빠한테 맨날 자식들한테

쩔쩔 맨다고 혼나지....' 혼잣말을 중얼거리니

막둥이는 뭔 생각인지 피식 웃는다.

 

강한 엄마가 강한 아이를 만든다는데

난 물러터진 엄마다.

잔소리나 안하면 천사표 엄마라고나 하지 그것도 못하면서

효력 하나도 없는 잔소리는 왜 그리 쏟아내는지...ㅠ.ㅠ

내 아들넘들도 물러터지면 안되는데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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