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10

밤하늘이 너~무 맑고 청명햐~

그냥. . 2010. 10. 3. 21:54

간만에 폰이 호들갑을 떨며 나를 찾길래 들어보니

군산사는 언니다.

'어~ 언니.'

'통화 가능하냐?'

'어. 다림질하고 있었어. 괜찮아. '다리미를 꺼서 밀어 놓으며 전화기를

바짝 귀에 댔다.

'하늘이 어쩜 이렇게 이뿌고 청명하고 아름답냐...별빛이 초롱초롱 진짜루 이뻐야~

바람은 꼭 애인 손길 같아야. 어느 애인이 이렇게 부드럽게 온몸을 감싸 줄까...싶다야~'

'아...밤하늘.....난 아직 하늘 못봤는데. 오늘 하늘이 그렇게나 이뻐?'

'어~ 밤하늘이 어쩜 이렇게 맑고 청명하냐. 혼자보기엔 너어무 아까운거 있지.'

'긍게. 별이 초롱초롱 떴어? 와우~ 나도 보고 싶다. 언니.'

'그치. 근데 있잖어. 내가 우리 신랑한테 전화해서 하늘이 너무 청명하고 이뻐서 전화했다고

그랬더니 철딱서니 없다며 쓰잘데기 없는 소리 그만하고 집에나 들어가래지 뭐냐~'

'그려. 맞어. 그거 이해 못하는 사람 많어. 근데 난 언니 그 들뜬 기분 충분히 알것 같은디~

혼자보기 너어무 아깝고....밤하늘인디도 너무 맑고, 별빛도 이뿌고........'

'긍게 말이다. 바람도 정말 정말 좋아야~ 진짜루 애인 손길 같다니까~'

'하늘이 오늘저녁에 언니를 위해서 준비한거야. 애인 손길같은 바람도, 초롱이는 별빛도,

그리고 청명한 하늘도 그러니까 언니는 마음껏 즐기시면 되여~'

'ㅎㅎㅎ정말 좋다아. 너어무 좋아서 누군가에게 자랑하고 싶은디 잘못 전화 했다가는

철딱서니 없다는 소리나 듣기 쉽상이거든~'

'그려 맞어. 이런 기분 이해 못하는 사람이 많지~ 그래도 난 언니 기분 다아 알어.

'야야. 밤하늘인디 흰구름은 또 왜 이렇게 하아얗냐. 한아름 가슴에 푸우욱 안으면 정말정말

솜이불처럼 푹신할것 같어야 청명하고 맑은 밤하늘은 있지~ 바늘로 콕 하고 찌르면

밤하늘이 주루루룩 바닷물처럼 나한테 쏟아질것 같은거 있지~'

'와우~ 언니 언니는 직업을 잘못 선택혔어. 시인이나 동화작가가 되었어야는디...말여.'

'그냐~ 어디 한번 써볼까나? 동화가 좋을까 시가 좋을까?

'어어...지금 기분 같아서는 동화도 시도 뭐든 다 좋을것 같은디..언니 얼른 써봐~

아마 백프로 당선일껄~ '

'ㅋㅋㅋㅋ 말만 들어도 기분 좋다아. 너랑 통화하면 기분이 좋아진다니까~'

'나두 나도 언니랑 이야기 하면 기분 좋아져

고맙다~ 기분이 한참이나 업~ 되었어야~'

'ㅎㅎㅎ 나도 고마워 언니 언니 덕분에 밤하늘 안보고도 그 하늘을 상상하는거 만으로도

행복햐~'

'그랴 그랴~ 잘자라. '

언니도 한바퀴만 돌고 집에 얼른 들어가아~

 

군산사는 언니랑 나랑는....

감성코드가 같다.

거기에 언니는 적당이 동적인 사람이고

난 지나치게 정적인 사람이라는거...

 

통화 끝내고 나서 바쁜걸음으로 마당에 올려다 본 하늘은 언니 말처럼이나 이뿌고 청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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