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11

옥상에 올라가야 하는데...

그냥. . 2011. 1. 30. 14:28

햇살만 보고 나섰다가는 낭패보기 쉬운 날이다.

눈부신 햇살속에 믿어지지 않을 만큼의 날카로운

바람이 숨어 있다.

명절이 다가오니 옥상이 아쉬운 날이 많아졌다.

생선 포 떠온거를 말려야는데 옥상 올라가는 일이

까마득 해서 어찌할까...고민이 들어갔다.

베란다에 널자니 건조대를 거실로 옮겨 놓는다 해도

그 비릿내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을것 같고.

현관 앞 계단 난간에 체반을 두고 말리자니

바람이라도 불거나 지나다니다가 체반을 잘못 건드리는 날에는

상상하고 싶지 않은 일들이 벌어질게 뻔했기 때문이다.

옥상이 딱인디......

이러쿵 저러쿵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으니 우리집 남자

자기가 올라갔다 오겠단다.

안된다고, 절대로 안되는 일이라고 당신은 무게가 나보다 훨씬 더 나가서

미끄러지면 크게 다칠꺼라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꼬옥 옥상이면 좋겠다...싶다 했더니

계단 계단 얼어 붙어 있는 얼음을 처리 해 주겠단다.

내가 해봤는데 너무 꽁꽁 얼어서 안된다고 해도 해주겠다고..

그럼...올 겨울에 추운 베란다에서 운명을 달리한 빈 화분을 털엉

그 흙을 좀 뿌려주면 어떻겠느냐 했더니

계단이 몇개인데 그걸루 어림 없다며 완전 무장을 하고 나가길래

따라 나갔다.

내가 별짓을 다해도 깨지지 않던 얼음들이

남편이 등산용 쇠? 알미늄? 알미늄보다 좀 강해보이는 등산용 지팡이

손잡이로 톡톡톡 치니 얼음이 유리조각처럼 금이 가면서

깨지는게 아닌가.

어? 깨지네~ 했더니..

내가 너랑 같냐~ 하면서 첫계단부터 스무번째 계단인

가장 꼭대기 계단까지 꽤 많은 시간을 투자해

얼음을 다아 깨줬다.

빗자루 가지고 슥삭 슥삭 쓸어내니 오르 내리는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거다.

'고마워~ 역시 우리집 남자가 최고랑게. 나..생선 씻어놓은 거 가지고

올라올께~' 했더니 기분 좋은지

조금씩 얼음이 덜 깨진 부분까지 말끔히 처리해 놨다.

'나아..욕봤는디 점심때 생선 뼈랑 그런거 넣어서 매운탕 끓여주라~' 한다.

'ㅎㅎㅎ 그럼..당근 해줘야지. 안그래도 끓이려고 준비해 뒀어.'

옥상 가는 일이 아지랑이 피어 오를때까지는 불가능한 일이 될줄 알았는데

우리집 남자 덕분에 다가설수 잇는 공간이 되었다.

앞으로 눈 내리면 마당도 마당이지만

옥상으로 향하는 계단은 꼭 꼭 잊지 않고 쓸어야겠다.

 

생선이 적당히 잘 말라야 생선전이 맛있다.

근데..날이 춥긴 추운가부다.

명태포 널어놓은것이 살짝 얼어붙어 있다.

몇번 뒤집어 놓았는데 한번만 더 뒤집어 말리고

햇살 많을때 담아서 김치냉장고 바닥에 넣어 놓아야지.

그럼..생선전 붙힐 기본 준비는 끝나는 거다.

흐흐..

이렇게 하나씩 둘씩 준비하다 보면 명절은 내게로 왔다가

내게서 멀어지겠지..

 

동서들 주려고 조그만한 선물을 주문했다.

솝꼽이라는...천연소재로 만드는 뭐 그런 곳에서.

포장비가 따로 2500원씩이라 그냥 주문만 하고 집에서 포장할까..하다가

포장까지 부탁해서 주문했더니 너무 너무 이뿐 선물 포장이 되어 왔다. ㅎ

기분 좋다.

별거 아니지만..

포장만 봐도 기분 좋아질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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