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11

비의 만찬..

그냥. . 2011. 6. 22. 20:48

 

아침 다섯시 조금 넘은 시간..

일터로 향하는 남편 차창 위로 빗방울 몇개가

떨어졌다.

'비가 오려나...'

'비 온단다. 오늘부터 내일 모레 쭈우욱 며칠은 온다던데.'

우리집 남자가 흐린 세상을 내다 보며 중얼 거린다.

그러곤 끝..

끝이였다.

여섯시를 너머 일곱시를 너머가는 시간에도..

아이들 학교 데려다 주러 남편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도

비는

독....

하고 말았었다.

'비는 무슨 비....'뽀로퉁 퉁퉁...

올것처럼이나 하지 말던지... 투덜거리는 소리가 하늘에 닿았는지..

내 못된 성질에 빗물이 더이상 기다리게 하면 안되겠다고

뒤늦게 깨달은건지..

두두두둑..

빗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두두두두두두....

흐흐흐..

가끔은 하늘에게도 막무가내로 때 쓸 필요도 있다니까~

두두두두 두두..

빗소리를 온 마음으로 반기니....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했다는 듯..

쏴아아..두두둑 두두두둑...쏟아지기 시작했다.

사실...

비닐 하우스 위로 쏟아지는 빗소리는...

창가에 서서 듣는 빗소리의 느낌보다 열배, 아니 백배는

더 사실적인 사운드가 좋다.

두두두둑...폭우로 쏟아지다가...

두두두두...소나기로 다가오다가..

부슬부슬...소리없이 젖어 들게 하다가...

주루루룩..툭툭... 부끄럼 많은 소녀처럼 속삭이다가..

톡..........톡.............톡........내 마음에 들어가도 되니? 묻듯이

노크 하다가...

비...그 아름다운 이름을 더 많이 알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가 왔다.

비가 내렸어.

내가 그렇게 기다리던 비가...

하루종일 젖은 옷을 입고 있는 듯 끕끕하기는 했지만...

빗소리..

비 내음..

빗줄기..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오늘 하루는....

좋았다...

 

비의 만찬?

아니 아니

비의 사계를 다 느끼고 지나온 듯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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