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이미지 검색.
요즘 아이들은 물건 귀한 줄 모른다.
특히..
노트나 연습장, 연필, 볼펜 ....
그런 거 귀하게 여기지 않는 거 같다.
우산...
비올때 없어서는 절대 안될..
그렇지만 비만 그치면 하등의 쓸모없는 짐..
또는 그냥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 밖으로 밀려나고 마는 신세..
나는 우산을 좋아한다.
어렸을 적 부터 그냥 우산이 좋았다.
물땡땡이 그려져 있는 투명 우산도,
가장자리에 프릴이 달려 있는 우산도~
예쁜 우산만 보면 갖고 싶다는 충동에 빠지곤 했다.
그렇다고 우산을 마구잡이로 사 들이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내 손에 들어 온 우산은 적어도 몇년은 내 기억속에서
벗어나는 일은 없었으니까..
양산도 마찬가지..
십수년 전에 산 양산이 아직도 말짱하다.
쫌..오래된듯한 느낌이 있지만 나는 그냥 그대로 그 양산을 고집한다.
차가 있어서 양산을 쓸 일이 그닥 많지 않은 까닭도 있지만
말짱한 양산을 두고 다른 양산을 또 구입해서
내 양산이 뒷자리로 물러나는 일을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아들넘들~
우산만 잡아먹는 괴물을 친구로 두고 있는건지
우산 잃어 버리기를 밥 먹듯이 한다.
가끔은 지들에 천냥하우스 같은데서 천 몇백원 하는 우산을 사기도 하고,
내가 절대 잃어 버리면 안돼!! 다짐을 받고 좀 괜찮은 우산을
사 주기도 했지만 소용 없다.
'엄마! 내 우산 어딨지?'
'이눔아~ 내가 그걸 어찌 알아....니가 알아서 찾든지~ 사든지..~'
그러기도 몇번..
정신 차리라고 야단을 쳐도 소용 없음일 때가 많았다.
얼마전에 큰넘은 삼천원주고 문구점에서 샀다마 손안에 딱 들어오는 작은 우산을
가지고 다녔는데
작은넘은 잃어버렸다고 걍 다녔었다.
문제는 아침부터 비가 내리면 집에 있는 커다란 우산 챙겨가면
그만이지만....
집에 올때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큰넘은 스쿨버스 타고 와서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면 되지만
작은넘은 학교에서 내가 기다리고 있는 곳까지 나오는 거리가 만만찮다.
친구 우산 빌려오기도 하고,
친구랑 같이 쓰고 나오기도 하고~
그렇지만 요즘 비가 어디 작은우산 하나로 두 아이의 몸을 감당할수 있을 만큼
내려줘야 말이지...
대형 마트에 갔을때 그 생각이 나서..우산을 살펴보니..
접이식 우산이 만오천원이다.
큰넘 문구점에서 샀다는 우산도 하도 어줍짢게 생겨서..
두개 사자니 삼만원..
뭐~ 오래도록 잘 쓴다면야 하나에 삼만원이래도 사 주지~
근데 오천원짜리나, 삼만원짜리나
잃어버리거나, 고장 내거나를 반복하는 아들넘들을 생각나서 그냥 왔다.
어제...다른 마트..
또다시 우산이 눈에 띄고~
보니..칠천원이길래 두개 사들고 와서는 작은넘에게..
'아들~ 엄마가 우산 칠천원에 사왔는데 너한테 칠천원 주구 팔려구'
'왜?'
'왜는 이눔아~ 걍 주면 또 어디다 가져다가 놓고 올려고~
니가 잃어버린 우산만 해도 수도 없을꺼여~'
'우산 없어도 되는데...'
'없어도 되기는...그래 엄마가 인심 썼다. 삼천원에 팔께 사라~'
했더니 헤헤헤 웃는다.
오늘 아침..
아이들 데리고 나서는데 빗방울이 투두둑 떨어지기 시작해서..
큰넘에게
'우산 챙겨~ 비와!' 했더니
'우산 학교에 있는데..' 한다.
'엄마가 우산 사왔는데 너도 엄마한테 살래? 니 동생도 엄마한테 반값으로
샀는데..'
'아니~ 안사도 돼. 학교에 있다니까~'
'지금 비와~' 했더니..
'이정도 쯤이야~' 한다.
그렇게 큰넘 스쿨버스 오는데 까지 가는 동안 툭 투 둑이던 빗방울은
폭우가 되어 쏟아지고....
잠시 기다리고 앉았다가 약해진 사이 큰넘을 내려주며
'엄마가 우산 사라니까~ 엄마 우산 가져 가라~' 해서
무지개빛 우산을 들려 보냈는데..
가만히 백밀러로 바라보니...
우산은 접은채로 빗속에서 걍 들고 서 있다.
뭔 짓이라니.....한참을 바라보며 차에서 내려 잔소리 한방 날리려다가 참았다.
작은넘 학교에 내려주고 돌아오는 길~
비는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듯 쏟아졌다.....
마당을 들어서면서 앞 베란다 쪽을 보니 방충망이 멀쩡하다.
휴...다행~~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서
큰넘 방 방충망을 보니 빗방울이 올록볼록
마치 뽁뽁이 같다.
책상은 흔건히 젖어 있고~
대충 정리하고~
작은넘 방... 창가에 바로~ 침대...
침대고, 이불이고, 축축하다........
사람들이 잠자는 침대는 어떤 느낌인지 빗방울이 궁금했나부다....
주방쪽 베란다도 흥건히 젖었다.
방이고 베란다를 거침없이 넘보는
요즘 비가 방정맞은건지..
아님..
엄마가 아들넘들한테 우산장사 한다고 야단치기 위함인지...
비는 금새 그쳤는데
하늘에선 또 언제 쏟아낼지 모르니 긴장 풀지 말라는 듯
흐릿하다..
이제 슬슬 나가봐야겠다.
이런저런 이유로 게으름 피구고 있는 아침이였는데
오늘은 종일 이렇게 흐림~이면 좋겠다.
'지나간날들 > 2011'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모한 자신감.. (0) | 2011.07.30 |
---|---|
알람소리에 세상이 흔들려도.. (0) | 2011.07.30 |
열대야~ (0) | 2011.07.28 |
대리운전기사도 아무나하는게 아니다. (0) | 2011.07.28 |
하루종일 눈치보게 만드는 하늘.. (0) | 2011.07.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