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11

어제 오늘~

그냥. . 2011. 8. 23. 23:28

어제 오늘

우리집 밥상에서 가장 젓가락이 많이 가는 반찬은...

찌개도 아니고,

자반고등어도 아니고,

감자 전이나 오이무침도 아니고..

당연 1등은 고구마순 김치다.

우리집 남자는 물론이고,

아들넘들도 좋아한다.

'엄마~ 역시 고구마순 김치는 할머니가 하셔야 맛있어.'

하면서 먹는 아들넘을 보면서...뿌듯...

사실 난 저만할때..

고구마순 김치라면 신물이 났었다.

늘....도시락 반찬은 푸욱 시어버린 고구마순 김치가 전부였었다.

다른 아이들은 멸치조림이네 계란후라이네 소세지도 싸 가지고 다니는데

내 도시락 반찬 뚜껑을 열면

쉰내가 푸욱...

어찌나 창피하던지...

요맘때는 배추보다 고구마순이 더 흔해서 그랬던 것 아닌가..싶다.

고구마순 김치

고구마순 된장찌개...

고구마순 볶음..

늘 반찬은 고구마순 투성이였고

이넘의 고구마순 껍질 벗기는 일은 늘 언니랑 내몫이여서

엄지와 검지손가락 손톱밑은 늘..시커멓게 물이 들어 있었다.

문득 드는 생각인데..

그때만 해도 고구마순 껍질을 벗겨 엄마가 커다란 함지박에 이고

정읍 도매시장인가..새벽시장에 내다 팔기도 했었던 것 같다.

그 껍질 벗기는게 싫타기 보다는 손톱 밑이 새카맣게 되는게 너무 싫어서

하기 싫었지만..

안한다고 고집 부렸던 기억이 없는 걸 보면

내 기억이 나를 착하게 기억하고 싶은건지 아님 진실로 내가 착했는지 알수 없음이다.

암튼..

먹기 싫어....

다른 거 먹고 싶단 말이야...라고 단 한번도 투정 부린 기억도 없다.

왤까...

어린 우리가 보기에도 우리집은 너무 없어 보였기 때문이였던 것 같다.

그렇게 신물나게 싫었던 고구마순 김치가

지금은 없어서 못 먹는다.

우리집 남자~

여름이면...

내가 담아준다고 해도 굳이 엄마가 담아 주셨으면...은근 기대하고...

아들넘들도 할머니표가 젤로 맛있다며

여름이면 은근 기다린다.

난...

엄마한테 미안해서 말도 안 했는데..

워낙에 손이 많이 가는거 알아서 그냥 누구든 고구마순 김치 이야기를 해도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렸는데..

우리집 남자가 엄마한테 전화해서 부탁했다네..ㅎ..

그래. 뭐...엄마가 건간하니까 가능한 일이겠지..

그리고 싫타 안 하시고 담아 주신 엄마도 그런 사위가 밉지많은

않으셨을꺼야.

난..

오늘도 식탁에 앉아 엄마표 고구마순 김치에 밥 한그릇 뚝딱..

앞으려 한 일주일은 반찬 걱정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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