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일찍 주방에 들어간 건...
놓치지 않고 오늘은 노을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였다.
저녁을 준비하다가...
털퍼덕 주방 바닥에 주저 앉아 서쪽 하늘을 멍하니 바라 보다가..
조금 더 기다려야 하나...싶어서
다시 뭔가를 하다가..그러다가 또다시 노을을..
그렇게 그렇게...
서쪽 하늘을 틈틈히 올려다 봤다.
붉게 물든 서럽도록 고운 노을을
오늘은 내가 먼저 기다려 보고 싶었다.
그냥...
그냥...
그랬었는데...
ㅎㅎㅎ
넘 기다렸나봐.
안하던 짓을 햇더니 노을이 부담스러웠나봐...
걍 모른척 곁눈질만 할껄......
날이 흐린것도 아니였는데..
구름이 많았던 것도 아니였는데...
내 눈에 보이지 않는 안개라도 있었던 걸까.
하늘은 그냥 그렇게 맹하니 푸른빛을 감돌며
태양을 떠내 보내 버리고 말았다.
노을은....없었다.
그러게..
하던대로 해야지 싶다.
노을도 못 봤는데
쪽달이 방끗 웃는 얼굴로 이뿌게도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