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11

물사과, 꿀사과~

그냥. . 2011. 10. 6. 13:56

 

 

좀 싸늘해졌다고..

아침 저녁으로 창문 꽁꽁...

귀뚜라미 소리 들은지가 언젠지 모르겠다..

식구들이 다아 빠져나간 아침

청소기를 들까..하다가 귀찮은 마음에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

큰아이 방에 들어갔다.

창문을 열고 책상 위를 정리하는데...

기다렸다는 듯이, 왜 이제야 창문을 여느냐는 듯이

맑고 깨끗하고 고운 새들의 노랫소리가 선물 처럼 들려온다.

바삐 움직이던 손 멈추고 창밖으로 고개를 내미니

여름 그 무성하던 느티나무 잎사귀들 사이로 해성한 숲과 하늘이

올려다 보이고

바로 코앞, 나뭇가지에 이름을 알수없는 새들이 오르락 내리락 뜀뛰기를 하며

수다떨기에 즐겁다.

그래..

그것은 나를 위한 세레나데가 아닌 그들만의 수다였던것이다.

흐으..이뿌다...

카메라 카메라....

후다닥 달려가 카메라에 망원랜즈 장착하고 창가에 바짝 붙어

찰칵, 차아알칵...

셔터 몇번 눌러댔을 뿐인데

그들만의 즐거운 수다에 방해꾼이 되어 버렸나 부다 나는..

하나 둘....

날아가더니

그 앙증맞고 귀엽고, 이뿐 새들은 더 깊은 숲으로 날아가 버리고

보이지 않는 새들의 수다만 간간히 들려온다.

카메라 내려놓고 가만히 숨어서 다시 그들이 돌아오길

나는 다만 훼방꾼이 아니였다는 것만 확인받고 싶었지만

조심성 많은 그들은 내일 아침에나 그 모습을 보여줄 생각인지

그 뒤로는 여전히 모습은 보이지 않고

'아무리 기다려 봐라, 우리가 다시 거기 앉아 노는지' 하며 비웃듯

깔깔대는 소리만 간간히 들렸다.

가끔..

아니 자주...

날이 좀 차갑고

찬바람이 좀 부담스럽더라도 창문을 활짝

화알짝~ 열어 놓을 이유 있다. 싶다.

 

물?사과

꿀사과

포도

포도 한박스 한박스 만원

바나나, 양파, 고구마, 감자 감자 있어요.

계란 , 두부, 식용유 화장지 화장지 있어요.

개사료, 닭사료 있어요

물사과

꿀사과

포도 포도 한박스 한박스 만원...

새소리 바람소리 간간히 들리던 골목길을

뿌연 먼지와 함께 들어와 잠시 머물러

몇번을 귀 기울여 들어도 물사과인지 꿀사과인지

애매모호한 만물장사 아저씨의

목소리가 골목길 구석구석 바삐 움직이며

닫힌 현관문을 노크하지만

누구 하나 고개 내미는 사람 없으니

물사과 꿀사과를 뿌여 먼지속에 묻으며

사라져 간다.

'아저씨~ 날을 잘못 잡으셨어요. 이계절 이시간에

집안에 계실 농부님들이 어디 있을까...싶어요.

해걸음에 오시던지...

아침식전에 오시던지 해야지요..' 조언이랍시고

바람결에 중얼중얼 몇마디 전해 달라 부탁한다.

다만...

만물장사 아저씨가 듣고 안 듣고는 바람이 내 말을 얼마나

잘 전했느냐 안전했느냐에 달려 있겠지.

 

비가 올라나...

가을비가 내리려는 걸까?

바람이 살랑살랑.....

흐린 가을 하늘을 부축이고,

흙먼지와 함께 사라져간 만물장사 아저씨의 좀 시끄럽지만

그런데로 어울리는 목소리가 빠진 시골 골목엔

잠시 숨 죽이고 있던 새소리들로 채워졌다.

 

가을 한낮

한가한 시골 골목을 바삐 오가는 건

다만 바람 뿐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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