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 돌아가는 소리가 없었다면
아마도 나는
고요속에 빠져 허우적 거리며 살려달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댔을지도 모른다.
다행히..게으른 세탁기
햇살 너머 가기전에 이불 말려야 한다며 일 시작한지 한참..
머지않아 곧, 일 다 끝냈다고 자랑스럽게
띵동 거릴 것이다.
살랑살랑 바람이 분다.
나뭇잎 하나 하나를 간지르며
네 수분 내가 가져간다....하는듯
샅샅히 살펴 나뭇잎 사이건 풀대 사이건 돌아다니며
수분을 훔쳐가고 있는 바람...
그래서 그런가..
요즘 바람 소리에서는 바스락 소리가 난다.
데구르르르르....일찌감치 낙하한 나뭇잎 구르는 소리에서도
건조함이 느껴진다.
가을...
건조의 계절~
그래서 그런가~
내 볼테기도 땡기네.^^
우리집엔 제과점 빵이 흔하다.
이모님께서 빠리~ 빵 가게를 하시기 때문에
빵 먹고 싶어서 사다 먹는 일은 거의 없다.
빵 가져가~
빵 좀 가져다 먹지~
빵 안 먹을래?
또는..
오다가다 들리거나,
가다오다 얼굴 내밀거나
뭔가 나눠 주고 싶은게 있어 갈때도
빵을 한~~~보따리씩 담아 주신다.
그렇다고, 저 빵 별루 안좋아 해요, 할 수도 없공~
가끔 사양 하기도 하지만 그러면 이모님이 서운해 하셔서
주시는대로 착착 고맙습니다~ 하고 가져온다.
앞집, 뒷집 옆집~
아들넘 친구네집~ 우리집 남자 친구 아들넘까지...
이모님 덕분에 빵 귀한 줄 모르고 산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집 아들넘들은 바싸고 맛좋은 제과점 빵을 돌 보듯 할때가 있다.
그중 하나 유일하게 빵 좋아하는 넘 하나
울집 두렁이~
그넘은 빵이라면 헤헤...바보처럼 웃으며 사족을 못쓴다.
왜냐면..
우리에게 아무리 흔한 빵이래도 그넘에게는 아니니까~
오늘 아침
며칠전에 가져온~
어머니 좋아하시는 크림빵들이 좀 남았는데 먹기는 좀 그렇고 해서
잘게 뜯어서 두렁이 밥그릇에 넘치도록 담아주니~
울집 두렁이 신이 나서 허겁지겁 먹어댈줄 알았더니 슬 슬 내 눈치를 살핀다.
'왜? 이제 빵 싫어? 너도 질렸니?' 하면서 가만히 서서 바라보니
썩소를 날리며 꼬리를 살랑살랑...
'신경 쓰지 마시고 어서 들어가소~' 하는 눈치다.
그래서 살짝 숨어서 지켜 봤더니
사알짝 입에 빵 한조각 물고 나무 밑에 흙을 파더니 묻어둔다.
그러기를 몇번..
두렁이넘과 내 눈이 딱~ 마주쳤다.
'흐흐흐 나 암것도 안했는디 뭐 봤데여?' 하는듯 시치미 뚝 때고
살랑살랑 가을 바람에 꼬리를 맞기는 척~
'그려~ 두렁. 내가 설마 니 빵 훔쳐 먹겠냐~ 근데 이눔아.
그건 뼈다구하고 달라서~ 이슬맞고, 습기 먹으며 축축해져서 맛 없는디
니가 그거 알랑가 모르겄다.'
울집 두렁이
간만에 특별식을 아껴 먹는걸 보면
확실히 풍산개 맞나벼~
저넘 섞인거 아냐? 하고 의심했었는디~
두렁이 알면 서운타 하것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