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이 물 먹은 솜뭉치 처럼 무거워
들어눕고 싶은 마음 굴뚝 같아서
씻고 들어오면 침대로 직행할 것아 컴앞에
이렇게 버티고 앉아 있는 건..
내 아들넘은 지금쯤 보초?인지 불침번인지 근무시간일거라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아홉시부터 열시까지 근무서고,
새벽 4시부터 6시까지 근무서야 한다고 했었다.
그리고...야간에는 또 나름의 만만찮은 일상들이 아들넘 앞에
받아놓은 밥상처럼 차려져 있겠지...
안쓰럽고, 또 안쓰럽고...
새벽에 깨우면서 어쩌면....
'엄마...나 그냥 집에서 자면 안돼? '하고 투정을 부릴 것 같았던
벌떡 일어난 작은넘과, 아들 군대 보낸 이후로, 아들넘과 더 대화가 잘 통하는 듯한 아빠라는 남편..
그리고, 무조건 보고 싶고 궁금하고, 쉬게 해 주고 싶은 엄마라는 이름의 나
이렇게 셋이서 오직 한 마음으로 아들넘이 있는 충북 제천으로 향했다.
어제 일곱시 조금 너머 출발해서....달리고 달리고 달려,
달려가는 동안 두번이나 전화해서 어디만큼 왔느냐고 묻는 큰넘이 걸려서..
단 한번의 휴게소도 들리지 않고 달려가 큰넘이 있는 부대 앞에
도착한 시간이 열시 사십여분....
토요일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고속도로가 한가해서 그나마 생각보다
빨리 도착했다.
부대 앞에 면회신청을 하고 기다리는 십여분...
5월의 햇살은 눈부시고, 바람에 흔들리는 초록의 주변들은 신선하다.
저어기 감히 범접할수 없는 철책 안에서 아들넘의 모습이 보이더니 달려 나오고....
흐미...어찌나 반갑던지..
남편도, 작은넘도 반갑게 활짝 맞이했다.
우선 말짱한지 안색부터 살피고,
어디 다친데는 없는지 여기저기 살피고 묻고.......
청풍호 근처로 달렸다.
점심 먹기는 좀 빠른듯 해서....청풍호 문화재단지 구경이나 하자 싶었는데
배고프다는...
지난 야간에 여섯시간 근무서고, 잠을 제대로 못 잤다는 아들넘
먹고 싶다는흑돼아지 집에 가서 고기 구워 밥 먹었다.
고기 구워 먹은지가 언제인지 모르겠다는 아들넘은 참 잘 먹는다.
군대라는 ..
공감대가 있는 남편과 끊임없이 대화가 이어지고,
작은넘도 궁금한 것이 많은지 두런두런 이야기 소리 정겹다.
아빠..
아빠라는 거...
그래...엄마가 어찌 해 줄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거.
아빠와 아들의 공감대속에 피어나는 이야기 꽃향기가 참말로 향기로웠다.
아들넘 손이 많이 거칠다. 손톱도 제법 길고... 핸드크림 없냐 물었더니..
예비군 동원훈련중이라.......숙소를 옮겨 생활하는 통에 꺼내기 힘들어서
그모양이라고....
곱기만 하던 넘 손에 군대라는 어쩔수 없는 삶의 무게가 느껴졌다
청풍호 근처에 짐을 풀고 나와 바람 좀 쐴까..했는데...
귀찮아하는 큰넘 그냥 쉬게 해 주고 싶어서 그냥 뒹굴 거리며 놀았다.
가져간 지 폰으로, 카톡하고, 페북하고,
작은넘이랑 축구 이야기 하고, 노래 이야기하고, 군대 이야기 하고, 수능 이야기 하고.....
남편이랑 군대 이야기하고, 집 이야기 하고,
나랑 이런 저런 잡다한 이야기 나누고...
그렇게 오후 내내 뒹굴 거리다가 달콤하게 낮잠도 자고....
중간 중간 위치 옮길 때마다, 숙소 잡았다고,
잠자리에 들었다고 여기저기 서너군대 보고 넣는 거 보고.....
좀 낯설었다.
'충성! 외박자 일병 설한산 입니다. 지금 숙소 잡았습니다. 숙소는...
전화번호는.....내 알겠습니다. 충성!'
아들넘의 낮고 또렿한 구령 같은 목소리 또한 낯설다.
'010~ ~~~~~~~ 네 어머님 번호입니다.' 하는 아들...
어머님이란다. 나더러......엄마더러 어머님이래...
저녁에.....뭐 먹고싶냐 했더니
얼큰한 국물 있는 거 먹고잡다 해서..
숙소에서 걸어나와 청풍호를 따라 걸으며 찾은 곳에서
송어회랑 매운탕으로 저녁을 해결하고....
왤까?
전주 음식에 길이 들여진 탓일까...
전주 푸짐한 반찬 가짓 수에 익숙해진 탓인지..
별루 맛나지 않네.
회는 싱싱하고 맛났지만. 매운탕도, 밑반찬도 왠지 별루드라고...
운전하느라 피곤했던 남편은 일찌감치 잠이 들고....
주문한지 한시간도 넘게 있다가 그것도 한마리는 배달이 안된다 해서
두마리나 시킨 치킨..
물론 배불리 먹은 우리 입맛이 까다로운 탓도 있었겠지만...
좀 아쉬움이 남아 다음에 휴가 나오면 너 좋아하는 닭집에서 많이
시켜준다 했다.
자면서 간간히 기침을 하길래....
아침에 부대에 기상보고?하러 일어난 아들넘에게 병원가자 했떠니..
그러마 하더니.....
다시 꿈나라로.....
습관처럼 눈은 떠졌는데..
이미 밝아버린 아침이 아들넘에게는 얼마나 얼마나 야속했을까....
뒤척이는 아들넘에게 더 잘래? 했더니...
'어...더 자고 싶은데 자꾸 누가 깨우는 거 같고, 일어나야 할 것 같고,
근무서야 할 것 같은 꿈을 자꾸 꿔.'
'그러게 말이다. 안심하고, 걱정하지 말고 조금 더 자라..'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들넘은 그 뒤로도 몇번 손목 시계를 들여다 봤다.
엄지 발가락 양 옆이며, 새끼 발가락 옆이 딱딱하다.
물집이 잡혔더 터졌다 해서 굳은 살이 된 것 같다고.....
양말은 면이 아니네...날 더워지면 땀이 많이 날텐데....
여기저기 진지구축하다가 생겼다는 작은 생채기들의 흔적......
'일어나기 싫다... '하는 아들넘..
'그래도 일어나야 밥도 먹고, 영화도 보고, 너 필요한 것도 사지..'
'................'
'20분만 더 자라..'
'어............'
그렇게 힘겹게 제 여린 삶에서 어쩌면 젤루 맞이하기 싫었을 아침 햇살을 맞이했으리라.
아침겸 점심으로 백반을 먹었는데....
반찬이...ㅠ.ㅠ
그래도 된장찌개는 맛나게 잘 먹어 주어서 다행이다.
병원 가자...했더니 괜찮다고, 더 심해지면 부대 내에서 가면 된다고...
영화관으로 이동해서 아들넘을은 아이언 맨 우리는 전국노래자랑 표를 끊고,
미용실 가서 큰넘 이발하는 동안 같이 앉았다가
영화보고....
마트 가서 필요한 것들 사고....다시 영화관 근처로 와서
빠른 저녁 먹을 곳을 찾는데 일요일이라 그런가?
직장가 부근이라 그런가?
우리가 몰라서 그런지...휴무 중인 식당들이 왜 그리 많은지..
전주는 일요일에 쉬는 식당은 못 본 것 같은디 제천은 다른가벼..
열심히 찾다가 아들넘이 가볍게 먹고잡다 해서..
곱창전골집에 가서....기대 했던 것 보다 훨씬 맛난 이른 저녁을 먹었다.
폰 베터리 최선을 다해서 채워주고....
아들넘은 그렇게 복귀해야하는 사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어느만큼의 긴장감으로...
조금은 피하고 싶은듯한 모습으로
기운없어 하더니
부대 앞에 도착하니 언제 그랬냐는 듯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보고한다고 들어가고...
어제 맞겨놓은 외박자에게는 필요하다는 남편 신분증 돌려 받았는데
아들넘 모습이 안 보이길래
'이대로 그냥 들어가는 거에요?" 보초병에게 물으니
'네..' 한다.
'이렇게 그냥 들어갈줄 몰랐는데 인사나 할껄...' 속이 파악 상해 마악 돌아서 몇걸음
떼고 돌아보고 하는데 아들넘이 마악 뛰어 온다.
'너 그냥 들어간줄 알고......'
'건강하게 잘 있으라고, 몸 조심 하라고 부탁하고, 당부하고...
필요한 것 있으면 주저없이 이야기 하라 하고.........'
아들넘이 저만치...우리가 더이상 다가 설수 없는 세상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고
돌아서 나왔다.
그때 시간이 다섯시 즈음......
신나게 달려 집에 돌아오니 여덟시가 넘었다.
하루종일 아빠노릇하느라 애쓴 남편과 시간 내어 준 아들...
그리고 나...
어쩔수 없는 현실인거 알지만 안타깝고,
또 안타깝고 안쓰러운 내 아들...
잠이 부족하다던 아들넘 말이 자꾸 맘에 걸린다.
이제...마악 한시간 근무는 끝났겠구나...
1박2일 동안 그래도 조금은 쉬어갈수 있는 시간이였지 않았을까...
싶은 마음에 위안을 삼는다.
아들넘에게도 참.....
지금을 살아가는 이 일이 얼마나 버겁고 힘에 겨울까...싶으면서도
그러면서 성장하고 성숙해지겠찌....
더 근사한 내 아들이 되어 가겠지........위안을 삼는다.
살아가면서 운이라는 것이
삶의 질을 결정하는 순간들이 종종 있다...
내게도 운이 있다면...
그나마 미약한 내 운이라도 아들넘에게 닿았으면.......하고
기도 해 본다.
'지나간날들 > 2013'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몇년 전 눈 내리던 밤... (0) | 2013.05.16 |
---|---|
마당에.. (0) | 2013.05.15 |
햇살이 너무 좋다... (0) | 2013.05.08 |
오늘은 갑자기... (0) | 2013.05.07 |
햇살 좋은 봄날... (0) | 2013.05.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