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14

눈 내리는 밤..

그냥. . 2014. 12. 12. 23:40

가만히 창문을 열고 가로등 밑을 살핀다.

눈이 내리고 있다.

펑펑...

가로등 불빛 아래 담장에도 하아얀 눈이

솜털처럼 쌓여있다.

티비를 바다가 다시

창문을 배꼼히 열고 가로등  밑을 살핀다.

여전히 눈이 내린다.

우리 막둥이 내일 학교 가야는디......

뭐......버스는 다니겠지...

화장실 가다가 또..

창문을 열고 밖을 살핀다

지금도 눈은 내리고 있다. 포실포실....

너무 많이 오면 안되는데....

캔맥 하나 마시고 싶어 주방으로 가다가

다시 눈의 눈치를 보려 창문을 연다.

여전히 눈은 펑펑 쏟아지고 있다.

눈 내리는 걸 걱정하는 마음인지..

눈이 지금도 내리고 있다는 걸 확인하고 싶은 마음인지

나도 모를 마음 때문에 자꾸 눈을 확인하게 된다.

눈이 내린다.

아까는

내리다가 말다가

쌓이다가 녹다가..했었는지

지금은 내리고 내리고 또 내리고

쌓이고 쌓이고 또 쌓인다.

낼 작은넘 기말시험보러 가는 일만 아니면

얼마든지 눈 내리는 밤이 그냥 마냥

감탄스러운 일일텐데

내리는눈을 바라보는 눈은 행복한데

내일 학교 가야하는 작은넘이 걸리는

마음은 묵직하다.

눈 많이 온다고~

정류장까지 못나갈지 모른다고.

밤 늦게는 버스도 끊길지 모른다고,

택시도 들오는거 별루라 할거라고 했더니

일찍 들어와서는

지 방에 콕~ 박혀 열공하고 있더니

10분 전쯤 나와서는 화장실 들어가 소식이 없다.

씻고 있나?

할게 많다 그러더니......

어쨋건 지 일은 열심히 성실히 하는 넘이니 믿음이 간다.

그 결과에 대한 믿음이라기 보다는

성실히 과정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과정이

알차고 가득할거라는 믿음..

지금도 여전히 눈은 내린다.

눈 내리는 밤.....

좋다....

아니 아니...좋기도...걱정스럽기도...

그렇다.

 

큰넘이랑 남편이랑 묵은지 닭볶음탕을 먹고 왔다.

오늘 우리집 남자 모임에서 여수로 놀러 갔는데

우리집 남자는 안갔다.

일도 있기도 했고, 아들넘 생일이기도 했고..

이런 저런 거 생각 안하고 다니던 사람인데..

고맙다.

우리 동네에서도 두분이나 가셨는디...

간다 그럼 가지말라 그러지는 못할텐데...

혼자 일 감당하기 힘들꺼라는 거 알고,

아들넘 생일도 그렇고...해서 걸렸던 모양이다.

우쨋건 고맙다.

 

눈이 내린다.

이상하지...

이렇게 눈이 펑펑 내리는 날이면

눈이 내리면 잠이 잘 안온다.

내리는 눈에 설렐 나이도 아닌데 말이다.

눈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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