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지는 나하고 안 맞는 모양이다.
몇 년 전
옆집 둥이네 언니가 텔레비전에서 가르쳐 준대로했더니 대박이라며
일러 주시길래
그대로 따라 해서 대박이 났다.
한 일 년은 걱정 없이 먹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다음 해였을 거야.
잘 되었던 것 생각해서 백개 정도 다시 했나 봐~
근데 그해는 초여름부터 엄청나게 더웠어.
오이가 소금속에 있는 오이가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익어 버린 거야
그래서 통째로 가져다 버리고..
그리고 또 한 번은 다용도실 냉장고 고장 난 줄 모르고 있다가 상해서 버리고...
올해 커다란 김치통에 오이지를 담가 놓고 누름돌로 쓸만한 것이 마땅치 않아서
머리 쓴다고 지퍼팩에 물 담아 눌러 놨는데 사나흘 지나서 봤더니
지퍼팩이 열려 있는 거야. 이런...
다시 간 맞추고 초 맞추고, 어쩌고 저쩌고
망할 줄 알았는데 다행히도 맛은 괜찮았어.
어제 우리 집 남자가 오이를 한~ 보따리 얻어왔어.
끝물이라고 오이지도 담고 이웃과도 나눠 먹으라고...
오이지 담기는 오이가 너무 영글었더라고 그래도 아까워서 새로 배운 방법으로다가
물엿으로 좀 작은 김치통에 한통 담갔는데 뚜껑이 안 닫히는 거야
그래서 내일쯤 간 죽으면 닫아지겠지 하고 살짝 위에 덮어 높기만 하고
쌀 항아리 위에 올려놓았는데
아 글쎄 말이야 청소기 먼지통 비우러 나가는데 오이 냄새가 너무 나는 거 같은 거야
주방에서 그래서 주방 베란다에 내어 놓으려다가 엎었어. 달파닥.. 흐흐흐
물엿과 맛술과 소금과 식초로 절였는데....
난감 하드라고
대아에 뜨거운 물 담아서 고무장갑 끼고 걸래로 한 사십 분은 닦아 냈나 봐
끈적임 남을까 봐
원래 엄청 깔끔한 성격은 아니지만 물엿 그 끈끈함이 남으면 답 없잖아.
그렇게 닦고 닦고 닦고 아이고 내 허리야..
오이 새로 씻어 새로 저려 놨는데 뭐 괜찮겠지...
근데 진짜로 오이지는 나랑 안 맞나 봐
이제 오이지랑은 안녕을 고해야겠어.
근데 말이야 그러기에는 오이지 그놈 참 맛나단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