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주신 올기쌀을 먹고 있다.
올기쌀을 어렸을 때 먹은 기억이 희미하게 있을 뿐
요즘에도 이런 걸 먹는구나 하고 엄마가 애써 만들어 주신 거니
먹어야지 하고 먹고 있다.
처음에 몇 알 먹을 때는 이 땡땡한 걸 뭔 맛으로 먹지 했는데
엄마가 가르쳐 준 방법대로 먹으니 제법 고소하고 맛나다.
손이 가요 손이 가~ 하는 노래가 딱일 만큼 자꾸 손이 간다.
이거 출출할 때 딱이겠다 싶다.
지난 명절 며칠 전에 누가 가져다 놓은 것인지 모르는 것이
대문 앞에 있었다.
남편이랑 운동 나가다가 봤는데
옆집 둥이 언니가 아까부터 있었다면서 국수네 거 아니겠느냐며
가지고 들어가라 했다.
그러나 그날은 오후 내내 사람이 집에 있었고 누가 가져다 놓은 것인지도 모르는
것을 집안이 들이기를 망설였지만
그것이 복분자 술하과 굴비였기 때문에 대문 앞에 계속 두기는 길양이들이
조심스러워 우선 집에 들여 놨다.
그렇게 그러다가 냉동실에 들어가고
아마도 우리에게 나쁜 짓을 한 그 사람이 감옥 가기 전에 미안한 마음에
슬그머니 가져다 놓았나 보다 했다.
그러다가 명절이 지나고 어쩌니 저쩌니 하다가 어머니가 아무래도
당신 아시는 분이 가져다 놓은 것 같으다고 그래서
좀 미심쩍기는 했지만 냉동실에 버티고 있는 굴비를 구워 먹기 시작했다.
그런데 엊그제 앞집 언니가 이러쿵저러쿵하시면서...
자기네 집 대문 앞인 줄 알고 우리 집 대문 앞에 가져다 놓았다고 그런다고
그날 들어오는 길에 봤다나 어쨌다나 그냥 알고만 있으란다. 오해하지 말라고..
아니.... 무슨 우리 대문 앞에 있는 거 봤으면 그다음 날이라도 바로 말을 했어야지
무슨 한 달이 다 지난 다음에 이야기를 하고 그러느냐고 속으로 구시렁거리고
우선 손도 안 되고 거실 한 귀퉁이에 버려져 있는 복분자부터 가져다주고...
안 줘도 되는데 그런다며 받으신다.
굴비는 사다 드려야지 했다가 혹시 이러쿵저러쿵 말 나올까 봐 먹고 남은 열 마리를
사이즈 체크해 놓고 가져다 드렸더니 이러면 미안하다시는데
그게 맞잖아 싶어 가져다 드렸다.
어제 대형마트에 가서 영광굴비로다가 같은 사이즈가 있더라고 그거 사다가
혹시 크기 작다는 말 나올까 봐서 두 마리 더 얹혀서 열두 마리 가져다주었다.
속이 후련하다.
이넘의 굴비를 먹으면서도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는데 한 달이 다 넘어서야
해결이 되다니
어쨌건 남의 선물을 내 것으로 착각하고 먹은 것은 우리 잘못이니...
고양이고 뭐고 그냥 내버려 뒀어야 맞는가 싶기도 하지만.....
뭔가 그런 일이 또 생기면 앞집부터 물어봐야겠다.
왜 앞집에 와야 할 선물이라는 의심은 손톱만큼도 하지 않았을까.
사람 생각이 참 좁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