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20

여느 날처럼

그냥. . 2020. 11. 5. 20:53

작은아이는 학교 가고

큰아이는 도서관 갔다가 장례식장 갈야 한다고 하고

우리 집 남자는 모임 나갔다.

뜨끈하게 라면 끓여 먹고 뜨개질 좀 하다가 씻고 앉아 버렸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 중에 하나..

아직 세탁기는 돌아가고 있고, 걷어다 놓은 마른빨래는 침대 위에

널브러져 있고, 

우리 국수는 아까부터 아빠를 기다리는 것 같다.

아빠가 오셔야 간식을 얻어먹는데... 하고 

베란다에서 

어둡기만 한 마당을 응시하고 있기에 

안고 들어 왔더니 침대에 똬리를 틀로 누워서 대문 밖 소리에 

예민하다.

텔레비전은 좀 크게 틀어 놨더니 자는지 고요하다.

아... 아니네

멀리 들리는 옆집 멍뭉이 소리에 눈 똥그랗게 뜨고 귀 쫑긋이네..

저 넘도 누구를 기다려야 간식이 많이 오는지 안다.

그나저나

우리 국수는 누굴 닮아 장난감 낯을 그리 가릴까?

유튜브에서 춤추는 생선을 잘 가지고 노는 멍뭉이를 보고 

몇 번을 망설이다가 거금 이만 팔천 원이나 주고 샀는데 꿈틀만 해도

기겁을 하고 도망간다.

또 하나 반짝이는 탱탱볼도 두 개나 샀는데 원래 공 좋아하는데

불이 반짝여서 그런지 쳐다도 안 본다.

흐...

뭐여...

이눔아 아무거나 가지고 놀아야 장난감 많이 사주지..

그래도 사람이나 강쥐에 낯가리는 거 아니어서 다행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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