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21

한가하게 살자

그냥. . 2021. 9. 13. 15:02

한가하게 살자 아니 한가하게 살아라 나는 것이 내 남편이

내게 내린 기본생활 수칙 같은 것이었다.

브레이크 작동이 잘 안 되는 탓에 한 번 시동 걸리면

달리는 탓에 몸 성할 날 없기 때문이다.

오늘 무슨무슨 교육이 있어서..

이런 시점에 무슨 교육인가 투덜거려봐야 소용없다.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교육이고, 최소한으로 단축해서 

방역 수칙을 지키면서 한다는데 그것도 필수 교육이라는데

어쩌겠는가.

며칠 과노동에 빨래처럼 널브러지는 몸을 일으켜 세워 얼굴 내밀고

끝나자마자 슬그머니 먼저 빠져나와 

신호 걸린 차 안에서 바라다보니

차 창 밖 그녀들의 모습에서 세월의 무상함이 느껴진다.

긴 생머리에 생글 거리던 새댁에서

둥실둥실 두 배는 둥그러진 몸에 볶실 거리는 머리카락

걷는 모습도 나이를 먹나 보다.

딱 아줌마 폼이다. 

아줌마 폼...

그런 것이 따로 있었나 싶을만치 잘 어울리는 단어다.

나도 그렇겠지.

자꾸 헛 발이 디뎌지고 두통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요즘..

아................ 여름은 힘들었어.

어서 빨리 가을아 와라..

너 온 줄 알고 긴소매 입고 나갔다가 열이 확 올라 

당황했잖아.

추석 지나면 가을도 깊어 가겠지...

그나저나 그 여자들 세월은 더하기 더하기 더하기인데

나엑 세월은 더하기 더하기 빼기 빼기인가.

세월은 참 덫없고, 빠르다.

그것이 싫지는 않지만 허무하게 느껴지는 건 

이미 가을 한가운데 풍덩 스스로 빠져 들었기 때문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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