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햇살이 바쁘다.
유난히도 비가 많았던 늦은 여름의 날들이 제 할 일을 다하지
못하고 물러날 채비를 하니
덮석 받아 들은 책임이 묵직한지 부드러움을 감출 수 없는 햇살이
여름 흉내를 내느라 여념이 없다.
왼손 엄지와 검지 손톱 옆에 염증이 생겼는지 아프다.
어디에 닻 기만 해도 스치기만 해도 키보드를 누르는데도 뜨끔뜨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살아가고 있다.
일도 하고, 살림도 하고 다림질도 하고..
요즘은 다림질할 일이 거의 없다.
정장 입고 출근하는 사람도 없고, 아이들 교복 다릴 일도 없으니
탈탈 털어 말린 옷으로도 충분하니 참 세상 좋아지고 편해졌다.
내일모레 그러니까 금요일
큰아이가 바디 프로필 사진을 찍는다.
열심히 운동하고, 테닝하고 근육 만들었다. 운동은 꾸준히 했던 것 같고,
체계적으로 피티를 받은 것은 두 달 정도? 그리고 닭가슴살과 샐러드와
이런저런 것들로 식단 조절 한지도 두어 달은 더 된 듯싶다.
그렇게 지방은 빠지고 얼굴은 조막만 해지고 체중도 13킬로그램이 줄었는데
팔 근육이며 가슴 근육은 면티 위로도 단단해 보인다.
그 아이 사진 찍을 때 걸칠 하얀 셔츠를 다리는데
열심히 다려놓고 보니 뭔가 묻어 있다.
다시 빨아 다시 다려 베란다에 가서 보니 또다시 뭔가 묻어 었다.
그리고 보니 다림판이 오래돼서 그런지 거기서 이염이 되었다는 것을 확인..
이런 난감한...
다시 빨아 얇은 이불 깔고 다려 놨더니 눈이 부신 눈처럼 하얗다.
뭐든 열심히 하는 모습은 참 예쁘고 좋아 보인다.
30 되기 전에 찍어 보고 싶다던 프로필 사진을 위해
너무 심하게 몸 상하게 하지 말라는 엄마 안심시켜가며
열심인 아들이 참 이쁘고 좋다.
자꾸 누군가에게 보여 주고 싶은 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