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하게 살자 아니 한가하게 살아라 나는 것이 내 남편이
내게 내린 기본생활 수칙 같은 것이었다.
브레이크 작동이 잘 안 되는 탓에 한 번 시동 걸리면
달리는 탓에 몸 성할 날 없기 때문이다.
오늘 무슨무슨 교육이 있어서..
이런 시점에 무슨 교육인가 투덜거려봐야 소용없다.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교육이고, 최소한으로 단축해서
방역 수칙을 지키면서 한다는데 그것도 필수 교육이라는데
어쩌겠는가.
며칠 과노동에 빨래처럼 널브러지는 몸을 일으켜 세워 얼굴 내밀고
끝나자마자 슬그머니 먼저 빠져나와
신호 걸린 차 안에서 바라다보니
차 창 밖 그녀들의 모습에서 세월의 무상함이 느껴진다.
긴 생머리에 생글 거리던 새댁에서
둥실둥실 두 배는 둥그러진 몸에 볶실 거리는 머리카락
걷는 모습도 나이를 먹나 보다.
딱 아줌마 폼이다.
아줌마 폼...
그런 것이 따로 있었나 싶을만치 잘 어울리는 단어다.
나도 그렇겠지.
자꾸 헛 발이 디뎌지고 두통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요즘..
아................ 여름은 힘들었어.
어서 빨리 가을아 와라..
너 온 줄 알고 긴소매 입고 나갔다가 열이 확 올라
당황했잖아.
추석 지나면 가을도 깊어 가겠지...
그나저나 그 여자들 세월은 더하기 더하기 더하기인데
나엑 세월은 더하기 더하기 빼기 빼기인가.
세월은 참 덫없고, 빠르다.
그것이 싫지는 않지만 허무하게 느껴지는 건
이미 가을 한가운데 풍덩 스스로 빠져 들었기 때문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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