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 밑이 아프다.
엊그제 따 놓은 고추를 씻어서
꼭지를 따는데 이것도 양이 많으니 쉽지 않다.
여름엔 이렇게 힘든 줄 모르고 했는데
날이 추워서 그런지 씻는 일도
마당에 앉아서 꼭지 떼어내는 일도 쉽지 않다.
이 계절에 무슨 고추냐 싶지만..
나도 몰랐다. 이렇게까지 붉은 고추가 주렁주렁 열릴 줄을..
마당 수돗가에서 고추를 씻는데 국수한테 들켰다.
죽어라~ 흐흐흐
울어대서 옷 입혀 데리고 나왔는데
폰 진동처럼 떨고 있다.
춥다고..
그리 추운 날은 아니었는데
움직이지 않고 앉아 있으려니 추운 모양이다.
조끼 벗어 덮어주고 그래도 바들바들..
무릎 위에 올리고 일을 하려니 더디다.
둥이네 언니가 와서 우와~ 12월에 뭔 고추가 이렇게 많아~ 하시고는
한참을 국수랑 놀아 주고 가시고~
옆집 언니도 우와~ 하고 가시고...
아무리 따듯해도 계절은 계절인가 보다.
해가 나면 괜찮고, 구름 속에 숨어 버리고 바람 살랑 불면 춥고..
그렇게 국수를 무릎에 앉혔다가 내려놓았다가 하면서
일을 했는데
불편했는지..
추웠는지
양지바른 현관 앞에 떡하니 가서 앉아서 한 번씩 바라보고는
짖는다.
춥다고 들어가자는 것 마냥..
그렇게 점심이 한참 지난 후에야 끝내고 보니
손톱 끝이 아리고 아프다.
손톱 밑이 벌어져서 아프다.
손가락도 뻐근하고,
어디서 긁혔는지 손등 언저리는 콩알만 하게 뻘겋게 벗겨져 있네.
우리 국수는 오늘 하루가 피곤했는지
벌써부터 이불속에 포옥 파묻혀서 쿨쿨 자고 있다.
아까 거실에서 돌아다녔더니
소파에 올라가 이쁜 짓을 하며 방에 들어가자고 떼를 쓰더니
들어오자마자 이불 들어 달라고 손으로 콕콕 이불 건들리길래
들어 올려 줬더니 푸우욱... 파묻혀 잔다. 귀엽다.
요즘 아니 근 1년 다 되어가나?
고양이 유튜브에 빠져 있다. 단 하나의 채널을 구독하며 보는데...
참 힐링이다.
보다 보면 피곤도 잊는다.
웃기지만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