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만 믿고 나갔다가 빨간 코 루돌프가 되어 돌아다니게 될
날씨다.
춥다.
나이가 주는 여유인가.. 추운 게 싫지만은 않네.
예전에는 추운 게 제일 싫어 그러고 다녔는데
쎄에하게 직진 모드로 달려드는 추위가 반갑지는 않아도
얄밉지도 않다.
그냥 뭐 대면 대면한 이웃 만난 느낌이랄까.
그렇지 이제 12월도 내일모레니 추운 거는 당연한 거지 싶다.
햇살이 너~~ 무 좋다.
가만히 앉아 한가로이 있으니 이명이 심심하지 하고 달려든다.
이명...
밤이고 낮이고 새벽이고 해질 녘이고 상관없이 들이닥치는 이것..
이 넘도 나의 일부가 되어 버린지가 언제던가..
아마도 작은아이 나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지난번에 큰 아이랑 서점까지 가서 구매해 온 책이 아직 그대로다.
세 권 중에 한 권만 절반 정도의 페이지가 넘어갔을 뿐이다.
그만큼 오랜 시간을 함께 살았으니 이제 적응될 만도 하고
신경 쓰지 않고 익숙한 공기처럼 그랬으면 좋겠는데
쉽게 가까워지지 않는 녀석이다.
다른 일을 할 때는 뭐 그래도 괜찮은데 뭔가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 싶을 적에는
왜?
왜 혼자?
나 있잖아. 나랑 놀자~ 하는 듯
요란 법석을 떤다.
문제는..
일상의 불편함..
너 하나 나하나
너희 둘 나 하나 그렇게 있는 곳에는 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너희들들들 그리고 나
좁은 공간 배경음이 깔린 곳에서의 너와 나의 통화
시끌벅적한 곳에서의 너와 나의 정담...
문제다..
알아채기도 전에 흩어져 버리는 말들의 파편...
거기다 마스크가 가려버린 너의 표정과 입...
슬프다. 가끔..
아니 의기소침해진다고 해야 맞다.
모임 나갔다 오면... 몇 마디 흩어져 버린 너의 목소리 때문에
멋쩍은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하는 나를 의식하며..
통화하다가 잠깐만요~ 하고 통화음을 키우고 있는 나를..
몇 번의 벨소리가 울렸음에도 불구하고 의도치 않게
모르쇠로 씹어 버린 수신음을 발견하는 일..
책...
책.....
책.......
이렇게 날 좋은 한가로운 날 뜨끈한 생강차 한잔
너무 좋지만 아니 좋다.
들어야 할 것들을 못 듣고 듣지 말아도 좋을 것들만 마음으로 담는
현실의 나를 깨우쳐 주기 위함인가...
이 계절의 스산함을 너무 좋아하는 탓에
균형 잡으려 고 귀울림은 더 소란스러운 모양이다.
그냥..
한가한 햇살 좋은 오전 폰 들여다보고 앉았는데
반기지도 않는데 찾아와 귓가에 속닥이는 이 정체 없는 소리에
잠시 마음이 흔들렸다.
사실 나는 요즘에 참 행복하다.
큰아이 공무원 됐고,
작은아이 이름만 대면 우와 하는 학교에서 잘 적응하며 열심ㅎ 살고 있고
우리 집 남자 새벽부터 약 챙겨 줘, 홍삼 챙겨 줘
마누라 자라고 우유 한잔에 고구마 하나 먹고 출근해
스트레스받을까 봐 마음 상해도 하루를 안 가...
거기다 따듯한 엄마, 든든한 언니 마음 써주는 동생..
그럼 됐지.
그래서 주변이 이렇게 따듯하니까
겨울 추위가 두렵지 않은 거였나 봐
그렇네..
추워가 어색하고 불편하기는 하지만
싫지 않은 이유가 가족들의 따듯한 보호막을 두르고 있으니
그럴 밖에..
오늘은..
흐흐흐
아침부터 뭔 횡설수설이야
코로나 3차 주사도 예약을 해 놨다.
어차피 맞아야 한다니 후딱 맞고 건강하게 룰루랄라 겨울을
걸어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