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동서가 사 온 꽃이다.
맛있는 거 사 가지고 갈게요~ 하길래
맛있는 거 안 사와도 돼 그냥 와~ 했더니
이렇게 꽃을 들고 왔다.
꽃은 언제 받아도 기분 좋다.
내가 사는 거 보다 누가 선물로 주면 더 좋다.
아시안컵 여자축구 결승전을 보고 어떻게 이렇게 질 수가 있지..
하며 안타까워 하던 아들이 씻고 지 방에 들어 감과 동시에
나는 일어났다.
왜 아들 눈치를 보는지는 모르겠지만..
아까부터 오늘은 맥주 한 캔 마시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아들이 있어서 눈치를 살피고 있었던 것이다.
흐흐흐..
아들이 크니 눈치가 보인다.
내가 음주를 즐기는 사람도 아닌데 워낙에 부실하다 보니 스스로
그러는 거 같다.
주방으로 가다가..
거실 원목 테이블 모서리에 쿵! 정강이 뼈를 부딪혔다.
아이코 아야야.. 속으로 삼키며.. 한두 번이어야지
왜 맨날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테이블에 멍청하게
정강이뼈를 가져다 대는지 모를 일이지만
알상다반사다.
이러다 언제 한 번 부러지지 싶다.
미등을 항상 켜 놓는다 놓는다 하면서 그것도 부딪힐 때만
드는 생각이고 까마귀 고기를 드셨는지 까먹어 버린다.
아이쿠 아야야 손바닥으로 문지르며 주방으로 들어가
캔 하나와 김 한 봉지를 가지고 와 앉았다.
그냥 먹고 싶은 날이 있다.
집순이 김여사도 답답하다 느낄 때가 있다. 집이
그냥 좀 떠나고 싶을 때 있는데
묶여 있지 않으면서 묶여 있는 듯 이러고 있으니
뭔가 갑갑하다.
바다도 보고 싶고... 눈도 보고싶고...
노을도 보고 싶고.. 낯선 바람도 만나고 싶고...
남편이 늘 바쁘니 움직이기 힘들고 겨울은 더 힘들다.
이럴 거면 눈이라도 펑펑 한 번이라도 펑펑 좀 내려주지....
캔 하나에 김 두 봉지..
오늘은 짭짤하게 먹었네. 흐....
봄이 오려고 그러나 요즘 왜 이리 추운 거야.
눈 아니면 내게 따듯한 볕을 달라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