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22(쉬운 나이)

좁혀지지 않는 간격

그냥. . 2022. 2. 10. 22:58

우리 집 남자는 술 한잔 한 날이면

친정 엄마 생각이 나고 언니 생각이 나는 모양일까?

알 수는 없지만 물론 그런 날 아니더라도 종종 통화를 잘한다.

고마운 일이다.

그런데 오늘처럼 술 한잔 하고 들어 온 날의 통화는...

뭐 그닥 반갑지는 않다.

본인은 안부차 하는 거라고는 하지만..

물론 실수를 하거나 그러지는 않는다.

다만 혀가 살짝 꼬부라져 누가 들어도 술 한잔 했구먼.. 싶은..

그것이 좀 못마땅한 것이다.

엄마나 언니도 뭐라 하지는 않는데 그냥 내 마음이 좀 그렇다.

어쩌면 술이 스며 뭉개진 언어들이 흔들리는 것이 나는 싫은 건지도

모르겠다.

좀 많이 고지식해서 왜 저렇게까지 마셔? 하고 이해를 못 하는 부분도 있다.

그래서 누군가 그랬다.

술 못하는 마눌 데리고 사는 우리 집 남자가 불쌍하다고..

어떤 언니 아니 아줌마가 그랬다.

술 못 먹는 마눌 얻어 불쌍해진 우리 집 남자...

그때는 무조건 억울하고 뭐 저런 말을 면전에 대놓고 할까?

어이없어했지만..

이제는 어느 만큼은 인정하는 바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30년을 살았어도 나는 술 먹은 말들이 뒹굴어 다니는 것이

좀 싫다. 내색을 안 하려고 노력하지만 

티 나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함없이 술이 좋은 우리 집 남자도 참 대단하다.

더 많은 세월이 흘러도 좁혀지지 않는 그와 나의 다름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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