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남자는 술 한잔 한 날이면
친정 엄마 생각이 나고 언니 생각이 나는 모양일까?
알 수는 없지만 물론 그런 날 아니더라도 종종 통화를 잘한다.
고마운 일이다.
그런데 오늘처럼 술 한잔 하고 들어 온 날의 통화는...
뭐 그닥 반갑지는 않다.
본인은 안부차 하는 거라고는 하지만..
물론 실수를 하거나 그러지는 않는다.
다만 혀가 살짝 꼬부라져 누가 들어도 술 한잔 했구먼.. 싶은..
그것이 좀 못마땅한 것이다.
엄마나 언니도 뭐라 하지는 않는데 그냥 내 마음이 좀 그렇다.
어쩌면 술이 스며 뭉개진 언어들이 흔들리는 것이 나는 싫은 건지도
모르겠다.
좀 많이 고지식해서 왜 저렇게까지 마셔? 하고 이해를 못 하는 부분도 있다.
그래서 누군가 그랬다.
술 못하는 마눌 데리고 사는 우리 집 남자가 불쌍하다고..
어떤 언니 아니 아줌마가 그랬다.
술 못 먹는 마눌 얻어 불쌍해진 우리 집 남자...
그때는 무조건 억울하고 뭐 저런 말을 면전에 대놓고 할까?
어이없어했지만..
이제는 어느 만큼은 인정하는 바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30년을 살았어도 나는 술 먹은 말들이 뒹굴어 다니는 것이
좀 싫다. 내색을 안 하려고 노력하지만
티 나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함없이 술이 좋은 우리 집 남자도 참 대단하다.
더 많은 세월이 흘러도 좁혀지지 않는 그와 나의 다름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