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22(쉬운 나이)

메롱

그냥. . 2022. 2. 13. 08:22

흐린 하늘이 조심스럽게 내려다보고 있다.

잘 잤냐? 하는 듯

알잖아. 잘 못 잔거.

손목에 채워진 내 영리한 척하는 기계가

깊은 잠은 단 1분도 못 주무셨습니다.라고 가르쳐 주고 

있잖아.

영리하다더니 정말로 영리한지 종종 의심하게

만드는 그 넘이

나를 감시하고 있는 것 같아. 오늘 아침은 

곁눈으로 노려본다.

내 몸은 양은냄비 같다.

라면 끓여 먹으려고 난생처음 사 본 양은냄비..

전기포트에 조금 더 많은 물을 넣고 스위치를 올리고

양은냄비에 작은 양의 물을 넣고 가스에 올리면

냄비의 물이 승! 하고 손을 들 듯 먼저 끓기 시작한다.

그렇지만...

라면이 내 뱃속으로 이사하기 전에 이미 냄비는 미적지근하게

온기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더웠다가 추웠다가

내의 주워 입었다가 좀 많이 얇지 않나 싶은 옷으로 가라 입고

조끼 주워 입었다가 아 더워하고...

그래도 뭐 이 정도가 갱년기 증상이라면 뭐 별건가 싶다.

어제는

큰 아아 소집교육 들어가기 전 만찬이라며

생선회를 포장해다가 집에서 먹었다.

정말로 거짓 하나도 안 보태고 서 너점 먹었다.

컨디션이 메롱 하기도 했고, 양이 좀 부족한가...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는데

탈이 났다.

배앓이가 시작된 것이다.

화장실을 문턱을 시계 추처럼 왔다 거리고

배는 아프고...

맨날아프냐! 할까 봐 스스로 쫄아서 입 꾹 다물고 끄응하다가 잠이 들었다.

아침 누룽지 끓여 먹었는데 아직 약 올리듯이 메롱~ 한다.

흐흐흐..

그래도 오늘은 일 해야 해

이틀이나 놀았잖아. 뜨개질에 정신 나가서..

해가 날라 그러나 흐리멍덩하니 근엄한 표정만 가득하던 창가에 

뽀샤시 한 기운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오늘도 적당히 움직이다 들어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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