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하늘이 조심스럽게 내려다보고 있다.
잘 잤냐? 하는 듯
알잖아. 잘 못 잔거.
손목에 채워진 내 영리한 척하는 기계가
깊은 잠은 단 1분도 못 주무셨습니다.라고 가르쳐 주고
있잖아.
영리하다더니 정말로 영리한지 종종 의심하게
만드는 그 넘이
나를 감시하고 있는 것 같아. 오늘 아침은
곁눈으로 노려본다.
내 몸은 양은냄비 같다.
라면 끓여 먹으려고 난생처음 사 본 양은냄비..
전기포트에 조금 더 많은 물을 넣고 스위치를 올리고
양은냄비에 작은 양의 물을 넣고 가스에 올리면
냄비의 물이 승! 하고 손을 들 듯 먼저 끓기 시작한다.
그렇지만...
라면이 내 뱃속으로 이사하기 전에 이미 냄비는 미적지근하게
온기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더웠다가 추웠다가
내의 주워 입었다가 좀 많이 얇지 않나 싶은 옷으로 가라 입고
조끼 주워 입었다가 아 더워하고...
그래도 뭐 이 정도가 갱년기 증상이라면 뭐 별건가 싶다.
어제는
큰 아아 소집교육 들어가기 전 만찬이라며
생선회를 포장해다가 집에서 먹었다.
정말로 거짓 하나도 안 보태고 서 너점 먹었다.
컨디션이 메롱 하기도 했고, 양이 좀 부족한가...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는데
탈이 났다.
배앓이가 시작된 것이다.
화장실을 문턱을 시계 추처럼 왔다 거리고
배는 아프고...
맨날아프냐! 할까 봐 스스로 쫄아서 입 꾹 다물고 끄응하다가 잠이 들었다.
아침 누룽지 끓여 먹었는데 아직 약 올리듯이 메롱~ 한다.
흐흐흐..
그래도 오늘은 일 해야 해
이틀이나 놀았잖아. 뜨개질에 정신 나가서..
해가 날라 그러나 흐리멍덩하니 근엄한 표정만 가득하던 창가에
뽀샤시 한 기운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오늘도 적당히 움직이다 들어와야겠다.
'지나간날들 > 2022(쉬운 나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보름 (0) | 2022.02.15 |
---|---|
익숙해지기까지 (0) | 2022.02.13 |
저녁 늦게 (0) | 2022.02.11 |
좁혀지지 않는 간격 (0) | 2022.02.10 |
오늘은.. (0) | 2022.02.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