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22(쉬운 나이)

벽시계

그냥. . 2022. 4. 5. 10:47
새벽 내내 끙끙 앓던 벽시계가 다시 움직이고 있다.
다시 움직이고 있다는 말이 맞는ㅈᆞ
끙끙 앓는소리를 내며 일을 했는지는 사실 정확히 앓 수 없다
초침소리에 민감한 나는 흐르듯이 움직이는 무음시계를 선택한 탓에 평소에는 시계가 거기 있는지 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산다
지난 밤 잠을 설치게하던 그 소리가 다만 저넘이 죽으려고 그러나 봐 싶었을 뿐
아침에 무심코 바라본 그 위치 그곳에 그 시계는
두시간 반쯤 앓았다는 듯 두시간 반쯤 느리게 가고 있었다
남편이 시계 고장났나 봐 하기에
밤내 앓기에
죽을 줄 알았더니 살아났네 했더니 뭔 일 있었냐는 듯한 표정으로 건전지 갈아 봐 한다
느긋하게 앉아 뜨개질을 하면서 시간을 확인하려고 벽을 본다
아 시간이 안 맞지 하고ᆞ 폰을 든다
그러기른 몇 번 존재감 없이 벽만 차지하고 사는 듯 했던 저것을 나는 습관적으로 바라보고 또 바나봤구나 라고 깨달았다
새 건전지를 바꿔 끼워주면서
니가 아팠던 것이 아니라 밥이 필요했던 것이기를
이제 급식 했으니 다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너는 거기서 물 흐르듯 움직이고 나는 너를 무심한듯 습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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