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그렇지만 냉장고에 들어가지 않은
캔맥 하나 마실까... 하다가
냉장고 속 호박죽을 가져다 먹었더니
바르르 몸이 떨린다.
달콤 시원.. 호박죽이 맛은 좋은데 물론 차가워야 더 맛이
좋은 건 아는데 으스스 춥다.
마당을 서서히다가..
보랏빛 꽃망울이 잔잔하게 맺힌 라일락과 하얀 꽃망울이 쌀가루처럼
모여 있는 장미 조팝을 바라보면서..
너희들은 관심 가져주지 않아도 잘 자라줘서 참 좋다 그러며
살피는데
어... 명자꽃이 피었다.
분명 명자나무인 줄 알고 가져다 심었는데 그 해에는 꽃이 안 피길래
옮겨 심어 그러겠지 했는데
그다음 해에도 꽃이 피지 않기에 명자나무가 아닌가 했다.
그리곤 너무 잘 큰 거야 그것이 다른 것들이 불편해할 만큼..
그래서 싹둑싹둑 죽지 않을 만큼만 남기고 잘랐다..
그런데 그다음 해도 그다음 해에도 꽃은 피지 않았다.
그래서 뿌리만 남기다 시 피하고 잘라 버렸다.
사실 뿌리까지 뽑아 버리고 싶었지만 담장 밑이고
삽이나 호미가 내 맘대로 말을 들어주지 않아서 나무만 잘라 버렸다.
그리곤 잊고 살았다. 바로 붙어 철쭉과 장미 조팝과 라일락이 있었으므로..
그런데 빨간 꽃이 피었네.
아주 아주 묵은 가지에..
바닥에 붙어서 말이야..
이 나무도 새 줄기가 아닌 묵은 줄기에서 꽃이 피나 봐.
어찌나 반갑고 미안하던지..
그냥 내버려 둬야 더 잘 사는 것들이 있는 모양이야.
저 명자나무처럼...
아니 어쩜 가지치기만 잘해주고 그랬으면 더 일찍 꽃을 볼 수 있었을지도
몰라..
병아리 빛 봄 빨간 명자꽃도, 앉은뱅이 노랑 민들레도 참 이쁜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