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왜 이렇게 답답하게 뜨거운 지 모를 일이다.
선풍기는 끈임없이 돌아가고 주방으로 방으로
바람길이 통하는 거실에 대형 쿠션 두 개나 등에 대고
있는 등은 덥다하지 않는데 별것도 없이
삐삐 말라 더울 것도 없을 것 같은 속은 왜 이리 후끈한지
모를 일이다.
갱년기 증상인가..정말 그런가..
갱년기도 억울하겠다.
기운없아도, 짜증 나도 무기력해도 다 제 탓이 되고 마는
것에 마땅할 리 없을 것 같다.
아이스크림도 먹고, 커피도 먹고
그래도 속은 답답하고 뭐.. 글쎄
뜨거운 돌덩이 하나 삼킨 듯 답답하고 후끈해서
물보다 많은 얼음을 채운 홍차를 마셔도 시원한 줄 모르겠다.
삼복에도 김나는 커피 마시던 김여사가 참 낯설다.
세상 참 오래 살고 볼 일이다.
홍차 잔이 추워 죽겠다가
이거...
컵에 이슬 맺히는 거 안 맺히게 할 수 없나..
내가 마시는 홍차보다
컵이 만들어 낸 이슬이 더 많은 거 같다.
물 뚝뚝... 아.......... 이거 정말 싫어..
안은 차가운데 밖은 덥다는 홍차 잔이나..
겉은 아무렇지 않은데 속은 더워 죽겠다는 김여사나..
그래도 홍차 잔이 낮네..
제 스스로 온도 차를 극복하려는 노력이라도 하고...
각얼음 하나 꼴깍 삼켜 몸안에 담고 있으면
이 답답함 이 후끈함 좀 괜찮아 질까....
어제는..
편두통 때문에 병원에 간 김에
심박수 데이터를 보이며 물었다.
이게 이렇게 나오는데 괜찮은 건가요? 하고..
30대에서 160 더 많게는 178까지 나오는데...
이게 이렇게 나올 수가 없는 거란다.
편차도 너무 크고.. 160이면 심장 뛰는 게 느껴져야 하는 거라고...
자전거 신나게 타도 이렇게 잘 안 나오는 거라고..
심장 뛰는 거 가끔 느껴지지 않아요? 하고 물으려다가..
그래서... 이거 저 워치 그다지 신뢰하는 거는 아니지만
검사해 봐야 할까요? 했더니
오류 같다고... 기계 오류...
아........ 기계 오류.. 근데 기계 오류가 이렇게 주기적으로 규칙을 지켜가며
나올 수 있을까요?
했더니... 그럴 수도 있죠. 그니까 지금은 편두통 때문에.......... 하며
귀찮은 내색을 하며 근데 그걸 왜 체크하세요? 한다.
아니 일부러 하는 게 아니고... 워치가 있으니까 자동적으로... 하다가 말았다.
수많은 환자를 상대하는데... 이런 황당한 걸 물으니
좀 그랬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
오류구나.. 생각하니 마음은 좀 편하다.
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기는 했지만
큰아이가 걱정을 해서 한 번 상담이나 받아보라 해서 물어본 건데...
그렇게 됐다.
나올 수 없는 수치라고 하니..
이건 오류겠지 기계 오류..
뜨개질을 하고 있는데 자꾸 틀린다.
어제 1박으로 연수원에 들어 간 남편 없는 틈에 늦은 밤까지 뜨개질
한다고 열 한시 너머까지 하는데...
그만해야지 하고 내려놓으며 보니 무늬가 틀렸다. 한 참 밑에서...
그 부분만 쭈우욱 풀어 내려가 수정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수정하는데
수정하고 보니 자정이 넘었다.
차라리.. 그냥 일찌감치 손 놓고 티브이나 볼걸...
오늘 아침..
다시 잡은 실.. 한참을 뜨다 보니 또 오류... 흐흐흐..
어제 병원에서 오류라는 말을 들어서 그런가..
좀 쉬자 싶어 멍하나 창밖으로 올려다 보이는 하늘만 보고 있다.
컵은 여전히 울고..
얼음은 반 이상 녹았다...
홍차는 맹해지고 내 속만 여전히 뜨겁다...
지퍼처럼 열 수 있으면 얼어서 아이스 팩이라도 한 두 개
넣어보았으면 좋겠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