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22(쉬운 나이)

냉 차

그냥. . 2022. 6. 28. 12:36

속이 왜 이렇게 답답하게 뜨거운 지 모를 일이다.

선풍기는 끈임없이 돌아가고 주방으로 방으로 

바람길이 통하는 거실에 대형 쿠션 두 개나 등에 대고 

있는 등은 덥다하지 않는데 별것도 없이 

삐삐 말라 더울 것도 없을 것 같은 속은 왜 이리 후끈한지

모를 일이다.

갱년기 증상인가..정말 그런가..

갱년기도 억울하겠다.

기운없아도, 짜증 나도 무기력해도 다 제 탓이 되고 마는

것에 마땅할 리 없을 것 같다.

아이스크림도 먹고, 커피도 먹고 

그래도 속은 답답하고 뭐.. 글쎄 

뜨거운 돌덩이 하나 삼킨 듯 답답하고 후끈해서

물보다 많은 얼음을 채운 홍차를 마셔도 시원한 줄 모르겠다.

삼복에도 김나는 커피 마시던 김여사가 참 낯설다.

세상 참 오래 살고 볼 일이다.

홍차 잔이 추워 죽겠다가

이거...

컵에 이슬 맺히는 거 안 맺히게 할 수 없나..

내가 마시는 홍차보다

컵이 만들어 낸 이슬이 더 많은 거 같다.

물 뚝뚝... 아.......... 이거 정말 싫어..

안은 차가운데 밖은 덥다는 홍차 잔이나..

겉은 아무렇지 않은데 속은 더워 죽겠다는 김여사나..

그래도 홍차 잔이 낮네..

제 스스로 온도 차를 극복하려는 노력이라도 하고...

각얼음 하나 꼴깍 삼켜 몸안에 담고 있으면

이 답답함 이 후끈함 좀 괜찮아 질까....

어제는..

편두통 때문에 병원에 간 김에 

심박수 데이터를 보이며 물었다.

이게 이렇게 나오는데 괜찮은 건가요? 하고..

30대에서 160 더 많게는 178까지 나오는데...

이게 이렇게 나올 수가 없는 거란다.

편차도 너무 크고.. 160이면 심장 뛰는 게 느껴져야 하는 거라고...

자전거 신나게 타도 이렇게 잘 안 나오는 거라고..

심장 뛰는 거 가끔 느껴지지 않아요? 하고 물으려다가..

그래서... 이거 저 워치 그다지 신뢰하는 거는 아니지만

검사해 봐야 할까요? 했더니

오류 같다고... 기계 오류...

아........ 기계 오류.. 근데 기계 오류가 이렇게 주기적으로 규칙을 지켜가며

나올 수 있을까요?
했더니... 그럴 수도 있죠. 그니까 지금은 편두통 때문에.......... 하며

귀찮은 내색을 하며 근데 그걸 왜 체크하세요? 한다.

아니 일부러 하는 게 아니고... 워치가 있으니까 자동적으로... 하다가 말았다.

수많은 환자를 상대하는데... 이런 황당한 걸 물으니

좀 그랬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

오류구나.. 생각하니 마음은 좀 편하다.

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기는 했지만 

큰아이가 걱정을 해서 한 번 상담이나 받아보라 해서 물어본 건데...

그렇게 됐다.

나올 수 없는 수치라고 하니..

이건 오류겠지 기계 오류..

뜨개질을 하고 있는데 자꾸 틀린다.

어제 1박으로 연수원에 들어 간 남편 없는 틈에 늦은 밤까지 뜨개질

한다고 열 한시 너머까지 하는데...

그만해야지 하고 내려놓으며 보니 무늬가 틀렸다. 한 참 밑에서...

그 부분만 쭈우욱 풀어 내려가 수정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수정하는데

수정하고 보니 자정이 넘었다.

차라리.. 그냥 일찌감치 손 놓고 티브이나 볼걸...

오늘 아침..

다시 잡은 실.. 한참을 뜨다 보니 또 오류... 흐흐흐..

어제 병원에서 오류라는 말을 들어서 그런가..

좀 쉬자 싶어 멍하나 창밖으로 올려다 보이는 하늘만 보고 있다.

컵은 여전히 울고..

얼음은 반 이상 녹았다...

홍차는 맹해지고 내 속만 여전히 뜨겁다...

지퍼처럼 열 수 있으면 얼어서 아이스 팩이라도 한 두 개

넣어보았으면 좋겠다 싶다.

 

'지나간날들 > 2022(쉬운 나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점심  (0) 2022.06.30
아침  (0) 2022.06.29
사진을  (0) 2022.06.25
밤새...  (0) 2022.06.24
비 온다.  (0) 2022.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