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22(쉬운 나이)

산책하다가

그냥. . 2022. 10. 25. 21:59

산책하다가 쉬어 가는 길

내가 앉으면서 일이와 여기 앉아! 하면

어김없이 앉는다.

그리고는 잠시 멍하니 있으면

엎드린다.

금방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아는 것이다.

해가 기운 만큼 그림자도 길어지고

그림자가 길어진 만큼 바람도 차가워졌다.

가을도 이제 얼마 나지 않은 모양이다.

언제 왔는지

슬그머니 왔다가 또 뭐가 그리 바쁜지

금방이라도 가버릴 기세다.

누렇게 익어가던 벼들이 잘려나간 들판이 비어 간다

계절의 변화를 알고 제 알아서 익어가고 말라 가는 풀들이 있는가 하면

여전히 지금이 어느 때인지도 모르고 푸른 물이 잔뜩 오른 풀들도 있다.

특히 호박잎... 서리 한 방이면 금세 주저앉을 거면서

쌩쌩하니 파아란 하늘하고 맞대면하고 있는 것이

철이 없는 것인지 용감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제 주제를 알고 고개 숙이는 풀들이 대단해 보이다가

끝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듯 푸른 잎들을 나풀거리는 것들이

대단해 보이기도 한다.

참 세상만사가 아롱이다롱이이다.

한동안은 가을이 더 머물렀으면 좋겠다.

가을 그 특유의 느낌이 참 좋아

커피 향하고 너무 잘 어울리잖아.

내일은 엄마 치과 예약 있는 날이다.

무리 없이 탈 없이 진료 잘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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