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을 흐린 날 따끈한 커피만큼
지난주에 보고 온 바다가 그렇게도 궁금했다.
오늘 바다는 어떨까? 날선 바람이 조금은 흐린 빛깔로 불고 있겠지
이미 젖어 있는 바다는 비가 와도 젖지 않는다고....
아주아주 오래전에 어느 시인이 쓴 글귀가 가끔 생각이 난다.
당연한 건데 왜 이렇게 오래 머릿속에 남아 있는지는 나도 모를 일이다.
비가 살짝 살짝 뿌려대는 겨울의 궂은날은
날씨보다 마음이 먼저 궂으려 하는 건 갱년기 탓이겠거니
또다시 괜한 핑계를 둘러댄다.
지난 주에 작은 아이랑 통화하고 마음이 좋지 않았었다.
아들은 무덤덤하게 별일 아니듯 이야기했겠지만
나는 속이 많이 상하고 마음이 아파서 불쑥불쑥
걱정이 자라났다. 걱정은 말 그대로 뭘 먹여주지 않아도
저 혼자도 잘 자라는 잡초와 같다.
내버려 두면 마음을 온 마음을 다 삼키고도 모자라 나를 잡아먹고
아이를 덮칠 기세로 자라난다.
걱정을 해서 걱정이 사라진다면 걱정이 없겠지만 걱정은 다만 걱정을 만들 뿐
걱정을 해결하는 데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걱정 말고 응원을 해야지..
오늘 통화를 하면서...
울컥하는 걸 들킬까 봐서 조심스럽게 그리고 따듯하게 아들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아이는 참 많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단단하다는 걸..
느낀다.
며칠 동안 나를 짓누르던 생각들은 그저 다만 쓰잘데 없는
나 머리 위에 물풍선이었음을 깨닫는다.
세상은 내 맘 같지 않지만, 내 아이는 나보다 더 단단하고 나보다
더 똑똑하고, 나보다 더 많이 배우고 나보다 더 많은 사람 들고
부대끼며 살아가면서
삶을 배우고 경험을 쌓아가고 깨우치고 단단해지고 있구나..
안쓰럽기는 하지만 싸매고 걱정할 일은 아니라는 거..
잘하고 있다는 거..
나보다 더 괜찮은 사람으로 나보다 더 행복하게
나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 가리라 믿는다.
아들하고 통화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타.
좀 내려놓아야지..
조금 더 독립시켜야 할 것 같다.
내 마음에서 아이들을...
나를 위해서 그리고 아이들을 위해서..
좋은 말 좋은 생각 좋은 에너지만 주어도 모자랄 판에
걱정의 말이나 걱정의 기운은 가능한
꺼내지도 내색하지도 말아야지 싶다.
내 아들이 몸도 마음도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