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편안한 하루하루(2023)

눈온다

그냥. . 2023. 1. 26. 13:33

엄마 병원에 다니러 가는데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치과 피부과 들러 약국에 들어갔다 나오는 눈이 곱게도 내린다.

생각보다 진료가 일찍 끝났다.

엄마는 엄마 고집대로 택시 타고 시외버스 터미널로 갔고

나는 주차 해 놓은 차가 있는 곳으로 걸어가는데...

어디 좀 들렀다 갈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코 앞 시외버스 터미널에 엄마는 택시 태워 보내 드리고..

나는 옆으로 빠질 생각..ㅎ.ㅎ.ㅎ

엄마는 순전히 엄마 의지다. 난 택시 타는 곳보다 주차해 놓은 곳이

가까우니 내가 내려줄께..했음에도 엄마는 극구 사양..

모를 일이다.

엄마 나는 가끔은 엄마가 이해가 안 돼. 했더니..

너도 자식 있지..자식 대하는 마음은 다 같은 거야 하는데..

뭐 난 저렇게까지는 하지 않을꺼라 삐죽여 보지만 그냥 

그래. 3~4천 원에 엄마 마음이 편하다면야 뭐..

엄마 카드 주머니에 넣고 내 카드로 약값 계산하고...

엄마 카드로 계산했지..하길래. 어.. 그랬어. 약값이 얼마나 한다고..

하곤 말았다.

주차 해 놓은 차 안에 앉아 멍하나 눈 내리는 세상을 바라보다가..

찻 집에라도 갈까?

큰 아이한테 전화 해 볼까? 커피 마시자고?

날 새고 일하고 왔는데...

공원에라도 가서 걷가가 갈까? 하다가 그냥 집으로 왔다.

내일은 서울 작은아이네 가야 하고..

혹시라도 컨디션 난조가 오면 안 되니 따듯한 집구석으로 빨리

들어가야지 싶었다.

눈이 곱게도 온다.

오다 말다 해서 쌓이지는 않지만 서울은 제법 눈이 내리고 있단다.

눈 오면 

눈이 내리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제 멋대로 뻣어 마음대로 되지 않던 머리카락이 안개에 젖어 차분해지듯

눈은 마음을 가라앉힌다.

그래서 눈이 좋은가?
엄마는 집에 도착했으려나..

요즘 엄마가 병원에 그것도 대학병원에 다니시느라 고생이 많으시다.

치과병동에서 본관 피부과 병동으로 이동하는 중간에.

본관 출입구로 돌아가려면 한참 걸려서 암병동을 통과해서 가는데

정말이지 사람이 그렇게 많다.

뭔 암환자들이 그리 많은지..

내과병동에도 그렇고...

'엄마 지금 우리가 통과 해 온 데가 어딘지 알아?

암병동이야. 암병동에 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지 몰라.

그래도 엄마는 엄마 연세까지 이런 큰 일은 없었잖아. 얼마나 복 받은 거야.

엄만 엄마 연세에 건강하신거야. 요즘 병원 올 일이 많으셔서 그렇지.'

했더니.

'그렁게 말이다. 뭔 젊은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아픈지..

여기가 암병동이지..

동네 신탱이덕도 허리가 고부라져 버렸지. 청댕이덕도 고부라졌지

춘수리댁은 치매 걸렸지 깅길이댁도 치매끼가 조금 있더라

장순리댁도 아프지... 춘수리댁은 불쌍해야..'

'긍게 그 아주머니는 젊어서도 고생 많이 하셨지?'

'시어매 아베 모시느라 고생 많이 했지. 살만항게 치매 걸렸당게

암것도 몰라야.'

'그니까.. 그러니까 엄마 요즘 병원 좀 자주 다닌다고 힘 빠져하지 마..

엄마는 어디 마악 아픈데는 없잖어.' 했더니

그러지..너그들만 안 아프면 되지..하신다.

울엄마 이렇게 살근살근 병원 다니시면서라도 오래오래 건강하셨으면 

좋겠다.

엄마가 있어 내가 얼마나 따듯하고 의지가 되는지 엄마는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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