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자취방에서 전철역까지 가려고 여유있게 나왔다
지난 번에 시간이 빠듯하니 아는 길도 헤맨 경험이 있으니 경험 보다 더 좋은 스승은 없으니 여유라는 틈을 주어 헤맴을 대비했다
촌 아지메 서울 와서 얼어 죽는다 싶을만치 춥다
반평생을 넘게 살았어도 쉽지 않은 게 삶의 길인데 2년동안 대여섯 번 다닌 이 번화가는 볼 때마다 낯설고 어설프다
샛길로 아마 지름길일거야 싶어 내딛은 길 주말 붐비는 사람속에 익숙한듯 아닌듯 모르겠다
큰길로 나왔는데 모르겠다 이 뭐야 두리번 거리며 눈에익은 큰 건물을 찾아 보지만 보이지 않고 그래 나에게는 여유라는 헤맴을 위한 준비된 시간이 있어 하고는 한산한 벤취에 앉아 너비를 켰다
아깐 4분이었는데 12분으로 거리는 도망 가 있고 네비가 일러주는 말 잘 들으니 익숙한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래 이만큼 더 와서 샛길로 들어서야 했었던 거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손에 들고 있는 쇼핑백의 무게가 버거워지고
등에 열이 후끈 달아 오르기 시작한 것이
내왼손 오른 손을 오가는 쇼핑백에는 갈아입은 내 옷가지와 아들의 논문서 두권이 들어있다
내 눈에 들어 온 글자라고는 아이에 영문 이름 뿐 어설프게 입으로 중얼 거러봐도 모르겠다
읽을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말 그대로 까막 눈
무게가 손을 잡아 끌고 어깨를 짙누를 수록 나는 고작 삼사십분 시간도 안되는 무게에 허덕이는데 아이는 이 논문서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동과 고뇌와 경험과 성실함을 담았을까 싶어 울컥 했다
작은 생활 에세이 하나 내고 싶다는 어릴 적 꿈이 있기는 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연구하고 실험하고 혼나고 좌절하고...기뻐하고 안도하고 그랬을 아들이 기특하면서도 안쓰럽다
조금 안다고 까불다간 헤매기 쉽상인 길
잠시 잘못 간 길이야 되돌아 다시 가면 되는 것처럼 내아이의 인생에도 성능 완전 좋은 네비같은 길라잡이 있음 얼마나 좋을까
오늘은 전철역에서도 헤매지 않고 한번에 잘 걸어서 잘 타고 기차역에 잘 도착했다
기차 시간이 한시간 십분이나 남았다
작은 서점에 들어가 사고 싶었던 책을 찾아 몇장 넘겨 보다가 그냥 나왔다
어차피 끝까지 다 읽지도 못할걸 잘해야 절반?
낭비지 낭비
정확히 생각하니 미련이 남지 않았다
이번에도 지출이 컸어
다음엔 빈 지갑 빈 카드로 와야겠어 싶다
대합실에서 늘어졌던 몸은 기차가 달리기 시작하니 안정적이네
내가 제일 열심히 시간까지 나누어 살때는 아들 집에 갔을 때인것 같다 큰아이 따로 살 때도 그렇고
집에 돌아가는 길은 빈 껍데기 허수아비처럼 흐늘 거리며 금방이라도 들어 누울 것 같다
어쩌니 해도 남편이 그리고 멍뭉이 있는 내집이 제일 편한 건 사실이구나 싶다
집에 가서 좀 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