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편안한 하루하루(2023)

한낮

그냥. . 2023. 9. 9. 12:57

키친타올 걸이를 주문한다는 것이

손가락이 실수해서 저것이 왔다.

반품시키자니 귀찮고, 버리자니 아깝고 해서 처박에 뒀는데

자석 인형이 생겨 붙혀 놓으니 흐...나름 귀엽다.

 

한 낮인데도 집안에서는 그리 덥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햇살은 아직 여름인데 바람은 이제 가을을 준비하라고

인사하는 듯하다.

9월은 단어 자체부터 뭔가 다른 느낌이 들어서 좋다.

창밖에 호랑나비 한 마리가 날아다닌다.

살랑 거리는 바람이 열린 창으로 들어오는데 그 느낌이 참 좋다.

울 어머니 한숨소리가 배경음악으로 들린다.

늘 저 한숨을 내벳고 사시는데 가슴에 뭐가 그리 쌓여 있어서

저리도 한숨을 내 쉬어도 끝이 없는 걸까..

일 하지 말라 말씀 드리면 할 것도 없고 심심해서라고 하시고

일하시고 나서는 평소보다 다섯 배는 빠른 비트로 

한숨이 질척이는 갯벌처럼 발목을 잡고 

그 질척한 뻘은 내게도 날아도 달라붙는다.

한숨...

울 엄마는 혼자 계실 때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 앞에서는 한숨 쉬는 거를 못 본 것 같은데

삶의 자세가 그 사람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나는..

온전히는 아닐지 모르지만 그 자세가 그사람을 만드는 기본은

되는 것 같다.

뜨개 실을 주문했다.

집에 뜬 매트실이 남아 있기는 한데

아들집에 뜨려고 보니 소파 색하고 너무 비슷한 계열이어서 

염색실을 주문했다.

집에 있는 실로는 방석이랑 쿠션커버를 뜰 생각이다.

소파매트 사는데 그 정도 두 번의 실을 구매할 정도의 금액이면

몇 번은 망설였을 것 같은데

실 구입하는 데에는 망설임이 없다.

이건 뭔지 모르겠다.

뭐.. 나만의 취미생활이니까 그러고 말지만

좀 자제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코바늘 뜨개의 매력이 풍덩 빠져 허우적 대고 있다.

그래도 아직은 대바늘이 더 친근하고 편하고

손가락에 굳은살이 생기려고 하지만

좀 더 잘 뜨고 싶고, 좀 더 어려운 것도 떠 보고 싶은 생각이

자꾸 든다.

하나 떠 놓으면.. 관리만 잘하면 오래오래 쓰니까..

이 나이쯤 되었으니 나 하고 싶은데 지출 좀 하고 살아도 되지

않을까? 

난 그렇게 생각한다.

가족 그 누구도 뜨개질하는 나를 응원하지는 않는다.

지나치다 싶은 거지...

그렇지만 뭐라 하지도 않으니 좋다.

예전에는 뭐라 잔소리 깨나 들었는데 이제 인정해 주는 분위기다.

방으로 들어갈까...

거실에 앉아 있을까...

잠깐 고민이다.

거실에 앉아 있음 

별로 즐겨 듣고 싶지 않은 배경음악을 계속 들어야 할 거고....

방 안으로 들어가자니 침대에 올라앉아 있으면 

또.. 어제 못 채운 잠을 채우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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